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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토트넘과 콘테의 ‘잘못된 만남’…신뢰 없는 구단, 만족 않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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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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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서울을 찾은 토트넘과 팀 K리그의 프리시즌 경기. 상암벌 전광판에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이 잡힐 때마다 팬들은 손흥민에 버금가는 갈채를 보냈고, 그도 미소로 화답했다. 그럴 만 했다. 콘테 감독 아래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피니셔’로 거듭났고, 부임 당시 리그 9위에서 허덕이던 팀은 극적으로 4위를 차지, 3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냈다. 외신들은 새 시즌 대권 다크호스로 ‘콘테의 토트넘’을 꼽았다. ‘참 좋은 시절’이었다.

약 8개월 만에, 이 모든 추억은 한여름밤의 꿈이 됐다. 3월 A매치 휴식기 내로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콘테 감독을 경질할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콘테의 뒤를 이을 신임 사령탑에 대한 하마평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토트넘의 리그 성적은 4위. 지난 시즌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구단도, 감독도, 팬들도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이 파국적인 동행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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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테 감독과 손흥민.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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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를 당긴 쪽은 콘테 감독이다. 리그 최하위 사우샘프턴을 만나 3-1 리드를 잡고 맥없이 무너지며 3-3으로 비긴 지난 19일 경기 이후 “20년 동안 한 명의 구단주(레비 회장) 아래서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구단의 책임일까 아니면 거쳐간 모든 감독들의 책임일까”라고 말했다. 방송인 제이미 캐러거는 자신의 트위터에 콘테의 발언을 옮기며 “콘테는 3월 휴식기에 경질 당하고 싶어한다”라고 썼다.

내내 덜컹거렸던 관계였다. 구단은 확실한 신뢰를 실어주지 않았고, 콘테는 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외부로 불만을 발산했다. 지난해 2월 콘테는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와 인터뷰에서 구단의 겨울 이적시장 행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평했다가 이틀 만에 사과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토트넘은 이례적으로 1억7000만유로(약 2300억원)를 들여 스쿼드를 보강했지만, 콘테 감독은 만족하지 못했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콘테의 이상과 토트넘의 요구 사이 간극이 결국 좁혀지지 않았음을 짚으면서 “콘테는 리그 우승을 위해 경쟁할 수 있는 구단에 있어야 했다. 토트넘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이것이 콘테 감독 선임의 핵심에 자리한 근본적인 문제”라고 해설했다. 한번도 우승해보지 못한 선수들에게 ‘우승청부사’의 혹독한 트레이닝은 먹혀들지 않았고 불화만 낳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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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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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테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시기가 겹쳤다. 지난 겨울 콘테는 담낭염 수술을 받고 한달 이상 팀을 비웠다. 아울러 그의 가까운 지인 세 명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등 힘겨운 일이 겹쳤다. 그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일에 대한 울적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콘테가 다시 런던으로 돌아갈 확률은 커보이지 않는다.

말도 탈도 많은 리더였지만 콘테 감독의 재임 기간 승률은 58.18%로 프리미어리그에서 토트넘을 거쳐 간 역대 감독 중 두 번째로 높다. 첼시, 인테르 밀란(이탈리아)에서도 말로가 험했던 그였으나, 그때는 트로피를 남겼다. 지독한 ‘무관 징크스’에 구단도, 감독도 발목 잡혀 있다. 토트넘은 마침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경질된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에 관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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