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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르포]1억 넘는 아우디도 인정사정 없다…전기차 시험 한창인 '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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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안전연구원의 충돌시험동. 아우디 e-트론 후방충돌 직후 모습./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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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홍선미 기자 =#. "충돌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20초 정도가 지나자 1805kg의 시험용 대항차가 시속 48km로 달려와 정차해 있는 '아우디 이트론'(e-tron)을 그대로 추돌했다. "쾅!" 유리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범퍼가 분리되고 차가 멈추자 그때부터 연구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1억1000만원이 넘는 수입 전기차도 이곳에서는 그저 시험대상이다.

지난 23일 찾은 경기도 화성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안전연구원 충돌시험동은 시험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실내 운동장과 같이 넓은 시험동의 중간에는 벽돌색으로 도로가 표시돼 있었고 그 한 켠에는 카메라, 센서를 비롯해 다양한 장치가 부착된 아우디 이트론이 밝은 조명을 받고 정차해 있었다.

1분이 채 걸리지 않은 이날 시험은 전기차를 뒤에서 들이받았을 때 배터리의 고압 전기나 전해액 등이 누출되는지 화재의 위험은 없는지 등을 살피는 내용으로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제작결함조사, 그 중에서도 자기인증적합조사의 한 분야다. 만약 연구원의 실험으로 결함이 발견된다면 일반에 공개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리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장형진 자동차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충돌로 배터리가 파손되면 전기 누출로 감전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전해액이 7% 이상 누출되면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험이 진행된 차량은 제작사의 이의제기 등을 감안해 1년간 연구원이 보관한 후 폐기처분한다. 실제 연구원 한켠에서 시험 대상에 올랐다가 처참히 파손된 차량을 여럿 볼 수 있었다.

특히 기둥측면충돌 시험으로 차 옆면이 움푹 들어간 현대차의 '아이오닉 6', 정면충돌 시험으로 앞부분이 심하게 부서지고 휘어진 기아 'EV6', 볼보 'XC 40 리차지' 등 전기차가 유독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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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시험동. 아우디 e-트론 후방충돌 시험후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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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적합시험실에서도 현대차의 1세대 '코나' 전기차가 실제 주행상황을 가정해 시험을 진행 중이었다. 차량이 주행 중 내뿜는 전자파가 얼마나 되는지 이로 인해 주변 차량이나 전자기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배터리 낙하 시험역시 전기차와 관련된 시험이었다. 4.9m의 높이에서 400kg의 배터리를 떨어트려 하부 직접충격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하는 시험으로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전기차 특화시험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진행하는 시험이다.

문보현 책임연구원은 "2009년 우리 연구원이 배터리 낙하시험을 시작했을 때 특별한 국제 기준이 없어서 우리가 최초로 만들었다"며 "이후 2013년 국제 기준이 만들어 졌고, 우리 연구원 낙하 시험을 중국 등에서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낙하시험 외에도 열충격 시험, 연소시험, 과충전시험, 침수시험 등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총 12개의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전기차 안전성 시험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3년 전인 2020년 만해도 한해 자기인증적합조사를 받은 전기차는 19개 차종 중 3대에 불과했지만 2021년 6대, 지난해 9대로 급증했다. 지난해 연구원이 조사한 차종의 절반가량을 전기차 안전성 시험에 할애한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 같은 국내 모델뿐 아니라 테슬라의 '모델 Y' 같은 수입차, 현대차 '포터ll 일렉트릭' 등의 상용차도 시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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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시험으로 파손된 볼보 XC40 리차지./사진=홍선미 기자@sm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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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구입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연구원은 출시된 차를 직접 구매해 시험을 진행하는데, 전기차의 경우 통상 5000만원을 넘어서고 전기 버스의 경우 3억원까지도 간다. 이날 시험한 아우디 이트론도 1억2000만원을 호가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70억원 가량의 제작결함조사 사업 예산 중 40억원 이상은 차량 구매에 쓴다"며 "전기차의 경우 대부분 고가이기 때문에 구매 비용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험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가 약 16만대로 2016년 1만대에서 6년 사이 16배 가까이 성장했을 만큼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상용화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인 만큼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국내에 판매된 전기차가 40만대 가량으로 아직 전체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데, 전체 리콜의 40% 가량을 전기차가 차지하는 것을 보면 리콜이 많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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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적합성시험실./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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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자동차 리콜 건수가 단순히 차의 성능이 떨어져서라기 보다 차량의 안전을 평가하는 기준이 그만큼 더 치밀하고 깐깐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한해 37건이었던 자동차 리콜은 2013년 88건, 2022년 296건으로 늘었다. 이 중 지난해 전기차 리콜은 지난해 67건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이날 연구원은 자율주행실험도시 '케이-시티'에 구축된 기상환경재현시설, 자동긴급제동(AEBS) 장치를 단 45인승 버스의 장애물 인식 시험 현장 등을 공개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권용복 이사장은 "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자동차결함 전문 조사기관으로서 제작결함조사를 통해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며 "연구원은 친환경 첨단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 대응한 맞춤형 사고조사 기법을 개발하고 자동차결함에 대한 과학적 사고 분석 체계를 마련하고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하여 자동차 결함에 대한 사고조사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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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인승 버스로 진행된 자동긴급제동(AEBS) 시험./제공=자동차안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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