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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21분 ‘지각 킥오프’ 초유의 사태…유벤투스와 호날두 악몽 떠오르다[SS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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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민재가 24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3. 3. 24.울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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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울산=정다워기자] 지금까지 이런 A매치는 없었다.

24일 울산문수경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콜롬비아의 친선경기는 예정보다 21분 지연된 오후 8시21분 킥오프 했다.

1~2분도 아니고 이 정도로 오랜 시간 경기가 지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프로축구에서도 보기 드문 일인데 심지어 이날 경기는 A매치였다. 그것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서 치르는 첫 번째 경기였다. 3만5000여명의 관중 앞에서 열리는 데뷔전인데 지각 킥오프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각 킥오프의 원인은 콜롬비아 대표팀의 지각에 있다. 콜롬비아 선수단은 원래 이날 오후 6시30분까지 경기장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예상보다 4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이로 인해 몸을 푸는 시간도 함께 늘어났다. 킥오프 예정 5분 전 대기심이 휘슬을 불며 드레싱룸으로 들어갈 것을 지시했지만 콜롬비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3~4분 정도 더 예열한 후 퇴장했다.

결국 오후 8시10분이 지나서야 선수단이 피치에 등장했고, 김영권의 센추리클럽 가입 행사, 내빈 인사 등을 거쳐 뒤늦게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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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이 24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콜롬비아 무뇨스에 옐로카드를 준 후 항의하자 쳐다보고 있다. 2023. 3. 24.울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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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사태의 원인은 당연히 콜롬비아에 있다. 네스토르 로렌조 콜롬비아 감독은 “어제는 30~40분 정도 걸렸는데 오늘은 차가 좀 많이 막혔다. 1시간30분 이상 소요됐다. 사고라고 생각한다.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었다”라고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지각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협회 관계자가 이미 콜롬비아 측에 교통체증을 예고했고, 오후 5시10분에는 호텔에서 출발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콜롬비아 선수단은 오후 5시40분에야 숙소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의 대처에도 아쉬움이 따른다. A매치가 열리는 저녁 시간대에 대도시는 당연히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협회도 더 적극적으로 콜롬비아 선수단이 경기장으로 출발할 수 있게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다소 안일하게, 혹은 당연하게 콜롬비아가 시간에 맞춰 도착할 것이라 낙관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워밍업 시간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경기장 분위기는 더 어수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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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이 24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후 상대와 인사를 하고 있다. 2023. 3. 24.울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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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벌어진 후 수습하는 과정도 프로답지 못했다. 킥오프가 임박한 시점에 장내 아나운서가 경기 지연 소식을 알렸다.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는 아예 공지도 없었다. 홍보 담당자에게 실시간으로 전화를 해 확인하지 않으면 자세한 사유도 알 수 없었다. 긴급한 소식인만큼 취재진에 최대한 빨리 공식적으로 소식을 알려 혼선을 막았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킥오프를 기다리며 2019년7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악몽 같은 경기가 떠올랐다. 당시 유벤투스도 콜롬비아처럼 교통체증으로 인해 경기장에 늦게 도착해 무려 57분이나 늦게 경기를 시작해야 했다. 여기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 사건까지 겹치면서 국내 축구팬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나마 그때만큼 경기가 지연된 것은 아니었고, 대표팀의 우수한 경기력으로 인해 지각 킥오프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더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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