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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더 글로리' 정성일 "인기에 들뜰 나이도 아니고…해온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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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오만하면서도 신사적인 하도영 역

"문동은에 대한 마음도 사랑…호기심과 설렘도 사랑의 감정 아닌가요?"

연합뉴스

배우 정성일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파트1 공개 후 팀 회식 자리에서 김은숙 작가님이 저보고 '양조위(량차오웨이) 왔다! 근데 얼마 못 가서 유재석 됐어~' 이러시더라고요. (웃음)"

깊고 차분한 목소리, 딱 봐도 고급스러운 양복에 말끔하게 넘긴 머리 스타일. 신사적이면서도 상류층 특유의 오만함을 기저에 품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하도영은 구상 단계에서부터 배우 정성일(43)을 염두에 놓고 쓰인 캐릭터라고 한다.

그렇게 정성일은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완벽했던 삶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하도영을 기품 있게 표현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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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성일은 "김은숙 작가님이 드라마 '비밀의 숲 2'(2020)에서 저를 보시고 캐스팅 제의를 해주셨다"며 "작품을 위해 1년 넘게 기다렸다"고 밝혔다.

하도영은 돈으로 모든 문제 해결이 가능한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사람을 부리는 데 익숙한 건설회사 대표. 맞선 자리에서 아내 박연진(임지연 분)을 처음 만났다.

극 중 하도영은 선을 본 여자 중 "옷을 제일 적게 입었는데, 다 디올이어서" 박연진과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정성일은 "하도영은 박연진의 '날티'를 처음부터 알아봤던 것 같다"며 "입고 있는 옷을 봤을 때 재력도 본인과 잘 어울릴 것 같고 단조로운 일상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여자라고 판단해서 결혼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연진을 사랑하는 마음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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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게 하도영은 박연진과 부족한 것 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만, 아내가 숨긴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완벽했던 인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애지중지하는 외동딸 예솔이는 아내의 불륜으로 태어나 유전자상 친딸이 아니고, 학창 시절 악랄하고 가혹한 학교 폭력을 주도한 아내는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뻔뻔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하도영은 여러 번 박연진에게 가정을 지킬 기회를 주는데, 정성일은 하도영이 박연진을 쉽게 떠나지 못한 이유가 책임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박연진은 하도영의 선택이었잖아요. 본인의 선택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러 번 기회를 준 거예요."

끝끝내 뉘우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자 하도영은 박연진과 강경하게 인연을 끊고, 딸 예솔이와 함께 영국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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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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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은 "하도영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결정을 내리면 끝"이라며 "살면서 다시는 박연진의 연락을 받아주거나 그를 만나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온 아내 박연진의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에 대한 마음은 어땠을까.

정성일은 "문동은은 하도영에게 '더 알고 싶은 여자'였다"고 해석했다.

"하도영은 자기가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올 답변을 아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문동은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들을 하죠. '이 사람은 도대체 뭐지?' 하는 호기심이 들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호기심과 설렘, 이런 감정들도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잘못된 건가요? (웃음)"

정성일은 파트2 공개에 앞서 "등장인물 중 하도영이 제일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이라고 귀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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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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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딸 예솔이를 지켜내는 데는 성공하지만, 하도영이 과연 영국에서 행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하도영은 평생 큰 어려움 없이 평온한 가정 안에서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한순간에 사람을 죽인 범죄자가 되죠. 하도영이 내린 최후의 결정이 살인이라는 점에서 제일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2002년 영화 'H'로 데뷔한 정성일이 빛을 보기까지는 돌고 돌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성일은 드라마 '비밀의 숲 2', '우리들의 블루스' 등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알리기 한참 전부터 여러 연극 무대를 오가며 연기 내공을 다져온 배우다.

정성일은 "'더 글로리' 이후 외부적인 변화는 정말 많지만, 제가 그렇다고 '와!'하면서 들뜰 나이는 아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걸어온 길 그대로 걸어 나가려고요. 배우로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요. 앞으로도 이제껏 해왔던 일을, 이제껏 해온 속도대로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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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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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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