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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범죄확인서→12년 생기부, 검증해도 터지는 ‘일반인 리스크’에 방송가 초강수[MK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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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피지컬100’, ‘나는 솔로’. 제공| 넷플릭스,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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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예능 풍년에도 방송가는 웃지 못하고 있다. 예고없이 터져나오는 ‘과거사’ 리스크에 방송사는 연일 노심초사다.

급기야 각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출연 희망인들에게 범죄확인서나 생활기록부 제출이라는 초강수 조건을 내걸고 나섰다. 리스크 사후관리에 몸살을 앓느니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지난 21일 열린 채널A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진민 제작본부장은 올해 예능 라인업에 일반인 출연 예능인 ‘하트시그널4’와 ‘강철부대3’ 등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일반인 리스크로 인해) 예전에 하지 않았던 과정을 거친다. 초중고 생활기록부를 모두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여기에 동의하는 분들이 출연하는 거고. 특이사항 있는지 체크한다”면서 “자기 검열 과정도 충분히 될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기업 입사 지원시에도 생활기록부는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요구를 하더라도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정도이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총 12년간의 생활기록부를 모두 받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생활기록부는 엄연히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회성으로, 길어도 한시즌 정도만 출연할 예능 프로그램을 위해 12년간의 생활기록부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업계 밖 시선으론 다소 과하게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이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바로 일반인 예능프로그램 홍수 속 늘고있는 ‘일반인 리스크’다.

현재 방송가는 채널A ‘하트 시그널’ 시리즈, ‘강철부대’ 시리즈, ENA ‘나는 솔로’, ‘명동사랑방’, 넷플릭스 ‘솔로지옥’ 시리즈, ‘피지컬:100’, 티빙 ‘환승연애’ 시리즈, MBN ‘돌싱글즈’ 시리즈, 웨이브 ‘잠만 자는 사이’, 디즈니 ‘핑크 라이’ 등 일반인 출연 예능 홍수다. 최근 예능의 트렌드가 각본 없는 진짜 ‘리얼’에 있다는 방증이다.

리얼리티쇼나 관찰카메라 등 기존 문법의 예능보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모습을 보고싶어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도 늘어나고 있다. 기성 방송인에 비해 일반인들은 이미지 관리의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고, 여기서 예상 수위를 뛰어넘은 재미 요소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연애 예능의 경우 익히 얼굴이 알려진 방송인 보다 주변에서 쉽게 만나 수 있을 법한 일반인이 출연하면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쉽다.

하지만 일반인 출연 예능은 장점만큼이나 단점 역시 명확하고 또 치명적이다. 바로 과거 논란이다. 일반적으로 연예인들의 경우엔 데뷔 이후 대중에 노출되면서 소위 ‘검증’이 끝난 경우가 많은 반면, 일반인 출연자들의 경우 직접 공개하는 정보 외엔 확인할 방법이 없어 검증에 한계가 있다.

최근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피지컬: 100’의 경우 특정 출연자가 과거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거나 과거 연인을 협박했었다는 글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또 다른 출연자는 여자친구를 특수폭행한 혐의로 현재 구속기소된 상태다.

그런가하면 ‘나는 솔로’의 경우엔 남성 출연자가 전 연인에 성병을 옮겼다는 폭로글이 나와 곤욕을 치렀다. 이같은 일반인 리스크가 잦아지자 각 방송사들은 출연자 선별 과정에서 과거 이력의 검증에 유례 없이 큰 공력을 쏟고 있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본인 동의하에 재직증명서와 범죄경력 확인서를 받는다. 또 가족관계증명서, 졸업증명서를 비록해 개인 신상 질문지, 기본 건강상태 질문지 등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SNS 계정을 제작진이 확인하기도 하고, 직업이 있는 경우 회사 내부나 주변의 평판을 알아보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만나서 인터뷰를 하며 어떤 사람인지 가늠해본다”며 “그럼에도 문제가 있는 출연자를 거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방송국 관계자는 “사실 회사 차원에서 규정하는 자체 검증 프로그램은 없다”면서도 “제작진 재량으로 검증을 시행하는데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여러 프로그램에서 불거지고 있는 ‘일반인 리스크’에 대해 “플랫폼이 다변화되면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고, 이런 리얼리티 예능이 중심이 되면서 일반인 출연자가 연예인 못지 않게 많이 나오고 있다. 연예인은 사생활 조차도 일정부분 사회적으로 감시가 되는 측면이 있는데 일반인들은 베일에 쌓여있던 상태에서 방송을 통해 인지도가 올라가고 영향력이 커졌을때, 사적인 문제가 불거지면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하 평론가는 또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검증은 꼭 필요하나 근본적으로 방송국이 수사기관이 아닌 만큼 범죄 혐의자가 아닌 출연자들의 사적 이력을 다 캘 수는 없어서 한계가 있다”면서도 “대중이 분노할만한 일과 연루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작진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소비하려는 태도는 지양하고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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