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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권도형 체포, 암호화폐 천재에서 일개 범죄자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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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Bloomberg 갈무리) 2022.05.17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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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이 유럽 남동부 몬테네그로에서 두바이로 도피하려다 공항에서 검거됐다. 당시 권씨는 위조된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몬테니그로에서 체포돼 : 몬테네그로 내무부 장관 필립 애드직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세계적인 지명 수배자인 권도형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검거됐다"면서 "우리는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된 문서를 소지하고 있던 한국인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적었다.

이후 몬테네그로 내무부는 권씨외 1명이 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벨기에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권씨가 도피 약 1년 만에 검거된 것이다.

◇ 지난해 4월 전세계 언론 헤드라인 장식 : 권씨가 세계 암호화폐계에 두각을 나타낸 것은 지난해 4월이다.

당시 블룸버그가 가상화폐 테라(UST)와 루나의 개발업체인 테라폼 랩스를 공동 창업한 권씨가 세계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의 거물이 됐다고 보도한 이후 그는 암호화폐계에서 국제적인 인물로 급부상했다.

블룸버그는 '권대표가 루나의 왕에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트코인 고래가 됐다'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내고 권씨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UST의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비트코인 15억 달러(약 1조8500억원) 이상을 매입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최대 100억 달러(약 12조4000억원)까지 살 계획이다.

UST는 달러와 1대1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가치변동이 없는 코인)이다. UST는 시가총액이 170억 달러(약 21조원)를 넘어 테더(USDT), USD코인(USDC)에 이어 스테이블코인 시총 3위에 올랐다. 암호화폐 전체로는 시총 8위다.

다른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들은 1대1 달러 페그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 채권이나 어음 등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한다.

그러나 UST는 준비자산으로 암호화폐를 보유한다. 가치가 변동하는 암호화폐 '루나'와의 관계를 통해 달러 페그(고정)를 유지한다.

UST가 스테이블코인 중 시총 3위에 오르자 전세계 암호화폐계의 치어리더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회장이 루나 문신을 새길 정도로 권씨와 테라의 열광적인 팬이 됐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권도형은 천재”라며 자신의 몸에 루나 문신을 새긴 것을 공개하기도 했었다.

궁극적으로 성공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 정도로 인구에 회자되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암호화폐계의 거물이 됐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 테라 사태로 52조 피해 입혀 : 이처럼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그는 테라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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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각종 가상자산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최근 한국 블록체인 기업 테라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테라'가 사흘째 무너지면서 자매코인격인 '루나' 역시 5월초 대비 95%에 가까운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2022.5.1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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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사태는 2022년 5월에 발생했다. 한국 테라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UST가 70%, 자매 코인인 루나가 95% 폭락하는 등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발생하자 전세계 암호화폐가 일제히 폭락했다.

테라 사태는 암호화폐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테라 사태로 암호화폐계에서 최소 400억 달러(약 52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후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예전의 위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암호화폐계의 엘리자베스 홈스 별명 : 이후 그는 ‘암호화폐계의 엘리자베스 홈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엘리자베스 홈스는 의료기업 ‘테라노스’의 창립자로 의료 분야의 스티브 잡스를 꿈꿨지만 사기꾼으로 판명나 최근 월가 사기꾼의 대명사처럼 불리고 있다.

테라 사태가 터지자 미국의 증권감독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권씨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한국 검찰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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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위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8일 부활시킨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1호 수사는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건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2.5.19/뉴스1 ⓒ News1 장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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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에 암호화폐계의 영웅에서 일개 범죄자로 전락한 것이다.

그는 각국 수사 당국의 수사를 피해 싱가포르에 숨어있다 최근 동유럽으로 은닉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검찰은 그를 꾸준히 추적해 왔었다.

◇ 비트코인 1만개 빼돌려 : 그는 최근에도 국제뉴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비트코인 1만개를 빼돌려 스위스 은행에서 약 1300억을 현금화했다는 소식으로 전세계 경제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

지난 2월 17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SEC를 인용, 권씨가 비트코인 1만개를 빼돌려 현금화한 뒤 이를 스위스 은행에 예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EC는 권씨가 테라 생태계에서 약 1만개의 비트코인을 빼돌려 이를 수시로 현금화하고 있으며, 현금화한 자금은 스위스 은행에 예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SEC는 2022년 6월부터 현재까지 권씨가 스위스 은행에서 1억 달러(약 1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인출했다고 덧붙였다.

SEC는 권씨가 미국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며 증권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정식 기소했다.

한때 암호화폐 천재로 불렸던 신데렐라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추락했으며, 약 1년의 도피 끝에 결국 체포된 것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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