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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신창재 교보생명 의장, 보험계 노벨상 수상…“이해관계자 경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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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이장이 22일 세계보험협회로부터 ‘2023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교보생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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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보험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 보험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인본주의적 경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로, 신 의장은 향후 고객 중심 성장과 혁신을 통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보험협회(IIS)는 22일 신 의장을 ‘2023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996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에 이은 수상으로, 세계 보험산업 역사상 최초로 부자(父子) 기업인이 함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기록을 썼다.

보험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은 혁신적인 활동을 통해 보험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을 기리기 위해 1957년 제정됐다.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수상자를 칭할 때 사용하는 ‘로리어트(Laureate)’라는 칭호가 주어지고, 공적과 경영철학이 명예의 전당에 영구 보존된다.

신 의장은 인본주의적 이해관계자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선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시 란다우 IIS 대표는 “변화·혁신과 통찰적 리더십, 사람중심 경영을 통해 ‘보험 명예의 전당’의 정신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신 의장은 “모든 이해관계자를 균형 있게 고려할 때 이익은 더 커진다”며 이해관계자 경영을 통한 혁신과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아래는 신 의장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IIS에서 인본주의적 이해관계자 경영을 높이 평가했다.기업은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존재한다. 고객, 임직원, 업계, 지역사회, 투자자, 정부 등 모두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 인본주의적 이해관계자 경영이란 이들을 비즈니스 도구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가 모든 이해관계자를 균형 있게 고려할 때 이익은 더 커지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이게 곧 100년 이상의 지속가능경영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철학을 경영 현실로 구체화시키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부친과 나란히 같은 상을 받았다.선친은 평소 ‘세상에는 거저와 비밀이 없다’는 신조를 강조했다. 편법으로 사세를 키우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선친이 추구한 모습은 교보생명의 핵심 가치인 정직과 성실로 이어졌다. 오늘날 교보생명이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선도하는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번 수상이 선친의 철학을 이어받으면서도 시대 흐름에 걸맞는 변화와 혁신을 꾸준히 잘 이뤄왔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아 더욱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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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오른쪽)이 지난 1999년 부친인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와 촬영한 사진. 신용호 창립자는 1996년 세계보험협회의 보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바 있다. [교보생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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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시기 경영을 맡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비결은.돌이켜 보면 가장 절박한 위기 상황에 경영을 맡았다. 대표이사에 취임했던 2000년 교보생명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유증으로 큰 시련에 직면했다. 거래하던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면서 2조4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산손실을 입은 상태였다. 그 여파로 당시 무려 2540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의 오랜 관행인 외형경쟁의 후유증도 컸다.

저로서는 경영을 하며 배워야 했고, 동시에 위기도 헤쳐나가야 했다. 당시를 회상하면 ‘악마에 영혼을 팔아서라도 회사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경영을 맡은 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패러다임 전환이다. 외형 대신 고객 중심, 이익 중심의 ‘퀄리티 경영’을 통해 내실있는 성장에 집중했다. 2011년부터 보장유지에 초점을 맞춘 ‘평생든든서비스’를 선보여 영업 중심이 아닌 고객 보장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재무설계사들이 고객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가입한 보험의 보장 내용을 꼼꼼히 설명해주고, 놓친 보험금이 없는지 먼저 찾아준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고객서비스 방식이었다. 변화 혁신 과정에 잘 호응해준 임직원 및 재무컨설턴트 분들이 고마울 뿐이다.

경영자로서 기억에 남은 일화가 있다면.2000년에 ‘교보생명이 파산했다’라는 가상의 충격적인 뉴스를 제작해 임직원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우리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과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싶었다. 직원들은 잠깐이나마 큰 충격에 빠졌고, 이를 계기로 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들었다. 2001년 회사 비전과 기업이미지(CI)를 선포하는 자리에서는 개그맨 이경규 씨 가면을 쓴 적이 있다. 간판만 바꾼다고 회사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원들의 행동이 바뀌어야 비로소 회사의 변화 혁신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 임직원들에게는 때로 논리적인 설득보다 감성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제가 임직원들 앞에서 통기타를 든 가수로 등장하거나 가짜 수염을 붙인 채 난타공연을 선보였던 이유기도 하다.

생명보험 시장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있다.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보면 생명보험 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주력 상품인 사망 보장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다가올 위험보단 현재에 집중하는 젊은층은 생명보험 자체에 관심이 높지 않다. 고객의 금융 포트폴리오 균형이 갈수록 더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먼저 제공해야 한다. 고객 중심 마케팅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굳이 보험업계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경영환경은 새로운 위기와 기회가 어디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변화무쌍하다.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보다 데이터를 활용해 남다른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다양한 데이터 확보와 활용 역량은 디지털 시대에 기업 혁신과 성장의 핵심이다. ‘바람과 파도는 언제나 유능한 뱃사람의 편’이란 말이 있다. 위기는 혁신과 성장의 기회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혁신을 실천하는 긍정의 자세를 가져야할 때다.

금융지주 전환을 추진한다는데.교보생명의 금융 지주사 전환은 신성장동력 발굴,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관계사 간 시너지 창출, 주주가치 제고 등을 통해 회사의 지속가능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고객분들께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힘찬 발걸음으로 봐 주셨으면 한다. 지주사 체제에서 발현될 시너지와 여러 상호작용은 앞으로도 교보생명이 보험업을 더 잘 운영하는 회사로 만들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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