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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화재 사망자 2명 중 1명은 환갑 넘은 어르신…소화기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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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1일 오후 1시쯤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에 한 노인이 골목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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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사망자 중 고령층이 상당수지만 노인들에 대한 화재 예방책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이 모여사는 다세대 주택가에 설치된 공용 소화기는 접근성이 떨어져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21일 기자가 고령층이 모여 사는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다세대 주택가에 방문해보니 소화기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30분 동안 10개의 골목을 돌아다녔는데 지자체에서 설치한 공용 소화기 총 3개를 발견했다. 이마저도 불규칙하게 배치돼 평소 해당 골목을 지나다닌 사람만 기억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고령층의 경우 소화기 위치 정보를 얻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노인들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고 눈이 침침해 작은 글씨는 보기 힘들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전통시장, 쪽방촌 등 화재 취약 지역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이는 소화기'를 설치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스마트서울맵' 앱과 '서울안전맵' 앱을 설치하면 '보이는 소화기'가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티맵'(TMAP) 역시 지난해부터 전국 16만6000여개 소화전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소화전'을 검색하면 가까운 거리순으로 소화전 위치를 안내받을 수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이곳에서 홀로 사는 조모씨(82)에게 '스마트서울맵'을 내밀어봤지만 "나는 그런 거 모른다"며 "머리 아파서 못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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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1시쯤 기자가 T맵을 켜고 소화기가 주변에 어디있는지 확인해봤다. 주변에 20개 이상의 소화기가 있다고 했지만 막상 찾아가보니 외부에서는 소화기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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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체 사망자 중에서 고령층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고령층이 화재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화재 사망자는 연령별로 70세 이상 105명(30.8%), 60~69세 86명(25.2%), 50~59세 76명(22.3%) 순으로 고령층에서 사망률이 높았다. 특히 60세 이상 전체 사망자는 전년 대비 152명보다 66명이나 증가한 218명으로 집계됐다.

현행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단독주택과 아파트, 기숙사를 제외한 공동주택의 소유자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과태료 부과 등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보니 건축 연령이 오래된 다세대, 연립, 빌라 등은 소화기가 설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막상 앱을 켜고 소화기를 찾으러 다녀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앱에 접속했을 때는 현재 위치 주변에 소화기가 20개 이상 있다고 나와 있었지만 실제로 그곳에 방문해보니 외부에 노출된 소화기는 거의 없었다. 집에 소화기가 없는 노인들은 불이 나면 집마다 찾아가서 소화기가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구조였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단독주택, 다세대 주택의 경우 소화기나 화재경보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편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아 화재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 노인들에 대해선 소화기 사용 방법 및 화재 대피 훈련 등을 교육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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