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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난관·변수 극복…상업 발사 위한 첫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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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했으니 기쁜 게 우선입니다. 그러나 마지막이 아니고 상업 발사를 위한 첫 한 걸음을 뗀 겁니다. 새로운 마음을 먹어야죠.”

세계일보

김수종(사진)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21일 자체 개발한 시험발사체 ‘한빛-TLV’의 발사 성공 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악전고투 끝에 성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발부터 발사 성공까지 어려움의 연속

김 대표가 한빛-TLV에 실린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 개발을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이노스페이스 설립하고 4년 만인 2021년 추력 15t급 하이브리드 엔진 첫 지상연소시험에 성공했고, 이듬해 한빛-TLV 발사체까지 개발 완료했다.

국내 민간이 이용할 수 있는 발사장이 없어 시험발사를 하는 데까지도 어려움이 있었다. 여기엔 정부 도움이 컸다. 한빛-TLV가 발사된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는 공군이 관리하는 국가시설이다 보니 한국의 작은 민간 스타트업이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 국방부 등이 많은 도움을 줘서 브라질 정부·군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었고, 발사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정부의 소형발사체 역량개발 사업 등 개발비 지원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알칸타라 우주센터 발사대에 한빛-TLV를 세웠지만, 발사는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우선 날씨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또 펌프 냉각계 밸브 이상 등 갖가지 변수가 생기면서 발사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달 재도전에 나섰다. 지난 8일 발사하려 했으나 이륙 10초를 앞두고 배터리 과냉각 문제로 중단했다. 약 열흘간의 점검 끝에 19일(현지시간) 드디어 발사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한번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진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았다”며 “연기가 반복되면서 이노스페이스 직원들의 체력 관리, 사기 진작 등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를 개선하는 좋은 기회와 경험이 되기에 극복했다”며 “직원들도 합심해서 성공해보자고 뜻을 모아줬다”고 덧붙였다.

이번이 첫 한걸음이라는 김 대표의 말대로, 이노스페이스가 앞으로 계획한 일들이 많다.

15t급 하이브리드 엔진을 기반으로 실제 위성 운송에 사용할 ‘한빛-나노’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빛-나노는 중량 50㎏급 탑재체를 500㎞ 태양동기궤도(SSO, Sun-Synchronous Orbit)에 투입할 수 있는 2단형 소형위성 발사체다. 이를 위해 단 분리와 페어링 분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원천기술을 가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국가연구기관과 관련 부품 업체들과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내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한빛-마이크로(150㎏급)와 한빛-미니(500㎏급)도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브라질 발사장 외 노르웨이 안도야 우주센터와도 발사 계약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 민간 발사장이 조성되면 국내서도 발사할 수 있다. 그는 “브라질은 남미, 노르웨이는 유럽, 한국은 한국과 아시아 고객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객에게 가까운 발사장을 제공한다는 서비스 전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그림을 그리던 아이, 로켓을 만들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내가 직접 로켓을 만들어 우주로 발사하겠다’는 꿈을 꾼 것은 아니다. 어릴 때 우주 관련 그림을 그리는 등 우주를 막연해 동경해오긴 했다. 항공기 파일럿이 되고 싶었으나 시력이 안 좋아 항공기 제작으로 눈을 돌렸고, 로켓을 접하면서 가슴 뛰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주 연구분야가 됐다고 했다.

그는 “작은 연구용 로켓을 만들면서 재미를 느꼈고 큰 로켓을 만들고 싶어 스케일을 키우다 보니 2t급 로켓도 시험하는 기회를 만났다”며 “방산업체와 해외 연수 경험 등을 통해 로켓 하드웨어 제작 등도 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다 연구용이 아닌 상업용 로켓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고, 회사를 설립해 본격 추진하게 됐다. 다른 나라 경쟁사들도 2024년 또는 2025년을 상업 발사 시점으로 보고 있어 바쁘게 진행했다. 김 대표는 “주변에서는 5년 만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한 것도 빠르다고 하지만 사업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계획보다는 조금 늦은 것”이라며 “위성발사 서비스 제공하는 시장에 진입하려면 경쟁사들과 비슷한 시점 또는 더 이른 시점에 들어가야 한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갖은 노력 끝에 결국 ‘우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린 한국 첫 민간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그는 미래 우주공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흔들림 없이 노력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항공우주 분야는 그냥 연구개발 분야였다.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없었고, 졸업 후 취업할 곳도 없었다”며 “그럼에도 현재 우주 분야를 이끄는 우리나라 분들은 본인의 이익을 추구한 게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고 원하고 꼭 필요한 연구를 하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흐름이나 산업의 유행에 흔들리지 말고 한 분야를 도전하고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게 좋은 선택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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