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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4시간30분 중·러 회담… 시진핑 “불난 집에 부채질 반대… 건설적 역할 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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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정상회담, 미국 등의 우크라 무기 지원 비판… 중재자 의도 드러내

지각 대장 푸틴, 회담장 미리 나와 영접… 21일에는 공개 회담

시, 푸틴에 “인민이 2024년 선거서 견고한 지지 보낼 것” 표명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공식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2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은 첫 일정으로 크레믈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대부분의 국가는 긴장 완화를 지지하고 평화와 대화를 옹호하며 ‘불난집에 부채질하는 것’(火上澆油)을 반대한다”며 “중국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비공식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2박 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시 주석이 러시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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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냉전적 사고방식과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며 “어려울수록 평화를 위한 여지를 더 많이 남겨야 하며, 갈등이 첨예할수록 대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시 주석이 미국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비판하며, 중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을 앞세워 중재자이자 새로운 국제질서의 주도자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중국이 중대한 국제 문제에서 공평, 객관성, 균형을 일관되게 수호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크라이나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대한 중국의 입장문을 면밀히 검토했으며 평화회담을 환영하고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맞장구쳤다.

이날 비공식 회동은 4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이후 만찬 메뉴로는 태평양 해산물 플래터와 체리 소스를 곁들인 사슴고기, 철갑상어 수프,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방의 파블로바 와인 등이 제공됐다. 주요 정상간 회담에서 지각하는 것으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에 미리 나와 시 주석을 영접했다. 양국 정상은 21일 이어지는 공식 회담에서 중·러 전면전략동반자 관계 등에 대해 논의하고 새로운 청사진을 구상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환영한 뒤 “지난 10년간 시 주석의 노고가 높이 평가됐다. 시 주석의 지도력 하에 중국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시 주석의 3연임을 축하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 무역 규모가 1850억달러(약 242조3000억원)로 지난 10년간 2배 급증한 사실을 언급하며 “양국은 많은 공통의 목표가 있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는 중국 국가주석으로 재차 선출된 뒤 처음으로 방문한 나라”라고 강조한 뒤 “양국이 같거나 비슷한 목표를 공유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양국 관계 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러시아는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거행한다. 당신의 견고하고 강한 영도 하에 러시아의 발전과 진흥이 장족의 진전을 이뤘다”며 “러시아 인민이 반드시 당신에게 계속 견고한 지지를 보낼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이례적으로 푸틴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이 단순한 덕담이 아닌 ‘전략적 속내’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2013년 처음 국가주석이 된 뒤 이번 포함 9차례 러시아를 찾았고, 두 사람이 양국 또는 제3국에서 공식, 비공식 회담을 한 것은 모두 40여 회에 달한다.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공을 들인 데는 미국에 맞설 파트너 측면뿐 아니라 자국의 안보 관련 함의도 작지 않다. 러시아 안정돼야 중국이 ‘북방발 안보 우려’를 잊고 미국과의 전략경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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