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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푸틴 “곡물협정 유럽만 배불려…깨지면 아프리카 무상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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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 안풀면 60일 뒤 협정 파기 주장

한겨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의회 콘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협정이 깨질 경우, 아프리카에 곡물을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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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의 혜택이 유럽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 협정이 깨질 경우 아프리카에 곡물을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발언은 아프리카 등 개도국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해 이 협정이 중요하다는 명분과 실제 현실의 괴리를 강조함으로써 아프리카의 호응을 얻으려는 외교 공세로 풀이된다.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의회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흑해 곡물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 수출된 곡물의 45%가 유럽 국가로 갔고 아프리카로 수출된 물량은 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아프리카에 수출된 곡물은 300만t이며 가장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공급된 물량은 이 가운데 130만t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협정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구실로 제시된 것”이라면서 실제 혜택은 충분한 식량을 확보한 유럽에 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흑해 곡물 협정 공동조정센터 자료를 보면, 이날까지 흑해를 통해 수출된 곡물 2519만t 가운데 64%가 중국(560만t), 스페인(440만t), 튀르키예(터키)(270t), 이탈리아(180만t), 네덜란드(160만t)로 수출됐다. 아프리카·중동 국가 가운데는 이집트(84만t), 튀니지(59만t), 리비아(48만t)에 비교적 많은 물량이 수출됐고, 식량 위기가 더 심각한 소말리아, 레바논 등에는 5만~7만t 정도만 공급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22일 오데사 등 3개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지난해 11월 17일 120일 기한으로 한차례 연장된 데 이어 18일 다시 한번 연장됐다. 우크라이나는 앞으로 120일 동안 협정이 유효한다고 주장한 반면 러시아는 60일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이 협정이 60일간 지속될 것이라며 협정이 공정하게 이행되는지 본 뒤 협정에 계속 참여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 협정과 함께 맺어진 러시아 곡물·비료 수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 두달 안에 자국 농업 기업의 영업 활동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협정을 연장하지 않기로 할 경우, 이 협정에 따라 그동안 공급해온 물량만큼 아프리카에 무료로 지원할 것”이라며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식량, 비료, 에너지 공급과 관련한 의무를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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