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버스나 지하철, 택시, 항공기 등 대중교통 수단에 적용했던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완화한 20일 일부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
버스와 전철, 택시 등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20일 아침 출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 열 명 중 아홉 명 이상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2년 5개월간 이어진 ‘마스크 사회’가 막을 내렸지만 맨얼굴을 드러내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아직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벗기에는 눈치 보인다” “코로나‧감기‧미세먼지가 걱정돼 못 벗는다”고 말했다.
이날 본지가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신용산역에서 출발하는 하행 열차 5개 차량을 지켜본 결과, 승객 168명 중 마스크를 벗고 있는 사람은 9명뿐이었다.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개표구 옆 기둥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지만 출퇴근 시간 등 혼잡한 시간에는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출근길 막바지인 오전 9시쯤 1호선 신설동역을 지나는 열차 한 칸에는 40~50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벗은 승객은 한 명도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용산으로 출근한 직장인 장모(31)씨는 집에서는 ‘노마스크’로 나왔다가 열차를 타면서 다시 마스크를 썼다. 장씨는 “막상 열차에 타니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길래 안 쓰면 욕먹을까 싶어 썼다”며 “사람들이 다들 안 쓰면 나도 벗으려고 한다”고 했다.
지상의 버스 승객들도 대부분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렸다. 서울 강남역을 지나는 402번 버스 내부의 기사와 손님 20명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실외 버스 정류장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영등포구 신길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출근·통학버스를 기다리는 30명 중 1명 만 노마스크 상태였다. 직장인 최우미(49)씨는 “강남역까지 오는 시내버스에서 나 빼고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교통카드 찍을 때 카드기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주세요’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지만, 맨얼굴로 버스에 탑승해도 기사는 제지하지 않았다.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는 시민들은 관성적으로 마스크를 챙겼다. 직장인 박민희(41)씨는 “예전에 코로나 걸려보니 너무 아프고 힘들더라. 지하철에 사람이 밀집돼있는데 보균자가 있을지도 몰라 불안해 쓰게 됐다”고 했다.
높은 마스크 착용률에는 짙은 미세먼지와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쉬운 환절기라는 점도 영향을 줬다. 이날 수도권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정도로 대기 질이 좋지 않았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강현주(56)씨는 “창동역에서 신용산역까지 지하철로 오는 40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며 “출근 시간대인데다 미세먼지가 워낙 심해 마스크를 썼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진희(27)씨는 “출근길 버스는 사람들이 너무 촘촘하게 밀집돼있어서 감기라도 걸릴까 봐 웬만하면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젊은 승객들은 상대적으로 ‘탈(脫)마스크’ 조치에 호응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을지로3가역을 지나는 지하철 3호선의 열차 한 칸에는 60명 중 4명만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데, 신사역까지 가는 사이 청년들이 대거 탑승하며 마스크 안 쓴 사람이 100명 중 20여명으로 늘었다.
노마스크로 지하철을 탄 직장인 양명희(26)씨는 “3년쯤 마스크 쓰면서 너무 불편했는데 지하철에서 벗어도 된다는 소식 듣고 너무 홀가분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3)씨는 “버스나 지하철에서만 쓰는 게 너무 번거로웠는데, 이제는 굳이 썼다 벗었다 안 해도 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오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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