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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르포] 군부쿠데타 이후 '지옥 버스'로 되돌아간 양곤 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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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요금 2.5배·서비스 후퇴…군사정권, 사업주 이익만 대변

연합뉴스

출근 시간 시내버스를 타려고 몰린 양곤 시민들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최대 상업 도시 양곤에서 서민의 발 역할을 하는 시내버스의 열악한 서비스에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군사정권 들어 요금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서비스는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버스에서 범죄도 자주 벌어져 승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양곤 시내버스 요금은 2021년 쿠데타 이후 2년 만에 2.5배까지 올랐다.

양곤시 외곽에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마 넨(가명·38) 씨는 "2020년에는 양곤 시내 전체가 단일 요금으로 200짯(약 95원)이었다"라며 "쿠데타 이후 거리에 따라 200짯, 400짯으로 이원화시키며 슬그머니 인상하더니 올해 300짯, 500짯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왕복 400짯 들던 버스 요금이 불과 2년 만에 1천 짯 넘게 들어간다"며 "차장이 밤에는 자기 마음대로 정상 요금의 2배인 1천 짯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와 외국기업들의 철수, 군정의 외환정책 실패 등으로 경제난이 심해진 가운데 버스에서도 많은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소매치기가 기승을 부리고 외곽 노선에서는 강도가 난입해 휴대전화와 금 장신구 등을 털어가기도 한다. 경찰은 반군부 세력인 시민방위군(PDF)과의 전투에 투입돼 치안에는 손을 놓고 있다.

실제로 타 본 양곤 시내버스는 아수라장에 가까웠다.

양곤 구도심에 있는 술레 파고다와 양곤 북쪽 외곽의 타욱짱 타운십(구)을 왕복하는 시내버스 37번 노선을 출근 시간에 이용했다.

발 디딜 틈 없는 만원 버스에 에어컨도 켜지지 않아 금세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고 버스 안은 땀 냄새로 진동했다. 차장은 빨리 타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밀어댔다.

연합뉴스

양곤시 외곽의 CNG(압축천연가스) 충전소에 충전을 위해 몇 ㎞나 늘어선 시내버스들. 2023.3.17. (양곤=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수 삐(가명·27) 씨는 "수치 정부 시절에는 10분만 기다리면 다음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지금은 1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억지로라도 만원 버스를 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시내버스 운전을 한 쪼 쪼(가명·45) 씨는 "시내버스는 연료로 압축천연가스(CNG)를 충전해야 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정전 때문에 한 번 충전하는데 8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들의 불편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군정 때문에 시민들의 원망이 애꿎은 우리들에게만 쏠린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미얀마 시내버스는 과거부터 악명이 높았으나,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부 시절 크게 개선됐다.

당시 정부는 차장을 없애고 에어컨 달린 쾌적한 시내버스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운행 시간 엄수, 단일 요금제, 요금 카드제 시행 등으로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군정이 시내버스를 관리하던 양곤교통청(YRTA) 대신 양곤대중교통위원회(YRTC)를 만들면서 다시 '지옥 버스'가 됐다.

은퇴한 공무원 에이 싼(가명·65) 씨는 "과거 시내버스는 차장과 운전자의 횡포가 심하고 차량이 너무 낡아서 비가 오면 도로에 고인 빗물이 내부로 튀어 들어올 정도였다"며 "군정이 다시 버스 사업을 관리하면서 사업주 중심으로 운영하며 서비스를 옛날로 돌이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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