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정상회담] 日은 수출규제 풀고 韓은 WTO 제소 취하
시민들 "韓日정상 사진 찍자" - 16일 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2차 만찬이 열린 일본 도쿄 긴자의 돈가스·오므라이스집 ‘렌가테이’ 인근에서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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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에서 일본 측이 불화수소·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일본에서 합의 사항을 브리핑하면서 “단순히 수출 규제 해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일 간) 신뢰 구축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며 “한일 간 경제 협력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공조의 주춧돌”이라고 했다. 한일 양국은 지난 14일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린 이날까지 3일간 국장급 대화를 열고 이 같은 합의를 도출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소재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양 장관은 “이번 해제 조치를 통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3개 품목을 수출할 때 구비 서류가 간소화되고 허가 기간이 단축된다”며 “절차적 부담이 크게 완화되면서 기업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3개 품목의 경우 현재 수출에 90일가량 소요되지만, 규제가 없어지면 4주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더해 수출 신청도 일본 경제산업성 본청이 아니라 지방청에서 할 수 있게 되면서 비용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이들 3개 품목은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중요한 소재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이 일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내리자, 보복 차원으로 2019년 7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 3종에 대한 수출을 규제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도 제외했다. 3개 품목 대부분을 일본 업체에서 수입했던 국내 반도체 업계는 충격을 받았으며 소재 국산화, 제3국 우회 생산, 수입국 다변화 등으로 대응해 왔다. 우리 정부는 그해 9월 일본의 수출 규제를 WTO에 제소하면서 일본을 우리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맞대응을 했다. 이후 한일은 몇 차례 협상을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양국은 화이트리스트에 상대방을 다시 포함하는 조치도 긴밀히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일본 내각 의결과 우리 산업부의 고시 개정이 필요해 시간은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양국이 각각 취한 조치로 제도 변경을 위해선 의견 수렴 등 법적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복귀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법적으로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고 양국이 함께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긴밀히 협의를 진행하려 한다”고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이날 쌍방의 화이트리스트 복귀에 대해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6일 한일 정부가 수출 규제 원상 회복을 위한 협의 방침을 발표한 이후 14~16일 정책 대화를 열었다. 양국의 수출관리 체제, 제도 운용, 사후 관리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이 오늘 아침까지도 협의를 진행했다”며 “(수출 규제 등) 해묵은 문제가 해결된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일 한일 관계에 대한 언급도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규정했었다. 이후 한일 당국 간 경제 정상화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는 것이다.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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