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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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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정책 비판했다고 출연정지…英BBC 공정성 논란, 무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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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영국 공영방송 BBC의 인기 스포츠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의 스타 진행자 게리 리네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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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영방송 BBC가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정부의 난민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이유로 스포츠 프로그램의 ‘간판 진행자’ 개리 리네커에게 출연정지 처분을 내리면서다. 논란이 일자 BBC는 사흘 만에 백기를 들고 출연정지 결정을 철회했다.

BBC는 13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성명을 발표하고 리네커가 스포츠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성명에서 “지난 며칠간은 직원들과 시청자들에게 어려운 시기였다”며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스포츠 프로그램이 다시 방송되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공정성은 BBC에게, 또한 대중에게 중요하다”며 “BBC는 표현의 자유와 공정성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뉴스 외 분야 담당 프리랜서의 소셜미디어 이용 지침에 대해 검토가 이뤄질 것이며 이는 독립 전문가에 의해 수행될 것”이라며 “리네커도 이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데이비 사장은 “리네커는 BBC에게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며 “나는 BBC가 리네커에게도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알고 있다. 그의 방송을 기대한다”고 했다. 리네커도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은 것이 기쁘다”며 “이 성명을 지지하고, 방송 재개를 고대한다”고 했다.

논란은 지난주 BBC가 리네커의 트위터 글을 문제삼으면서 촉발됐다. 리네커는 지난 7일 영국정부가 소형 보트를 타고 자국에 불법입국하는 난민들을 무조건 추방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리네커는 “이는 1930년대 (나치) 독일이 사용한 언어와 다르지 않다”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향한 잔인한 정책일 뿐”이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BBC는 “정치 문제에 대해 한쪽 편을 들어선 안 된다는 지침을 위반했다”며 리네커의 방송출연을 중단시켰다.

그러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BBC보이콧’(#BoycottBBC)을 외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고, 많은 스포츠인들도 BBC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BBC가 공정성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동당은 “BBC가 정치적 압력에 굴해 표현·언론의 자유를 공격했다”고 했고, 루시 프레이저 문화부 장관은 “BBC가 시청료를 내는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외신들은 BBC가 백기를 들고 물러섰지만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리네커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초현실적인 며칠이 지난 후 우리가 이 문제를 헤쳐나갈 길을 찾았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나를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난민을 언급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리네커는 “지난 며칠 동안 아무리 힘들었더라도 박해나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 머나먼 땅에서 피난처를 찾아야 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많은 분들이 그들의 곤경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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