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74)
양력으로 2023년 3월 6일이었던 경칩을 지나고, 본격적인 봄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봄에 접어들자마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입니다. 11일 기준, 전 지구의 일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06℃ 높았습니다. 특히, 극지방의 경우 북극은 2.53℃, 남극은 무려 3.3℃나 더 높았죠. 우리나라가 속한 북반구의 경우, 곳에 따라 한랭이 교차했습니다. 북미지역의 경우 평년보다 10℃ 안팎 기온이 떨어졌고, 중앙아시아의 경우 최고 18℃ 가량 기온이 높은 곳도 있었습니다. 북미와 북유럽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북반구 대부분에 '포근함'을 넘어선 초여름 날씨가 찾아오면서, 북반구의 평균기온은 1979~2000년 평균 대비 1.56℃ 더 높았습니다.
한반도의 상황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11일 기준, 전국 곳곳에선 '역대급' 3월 일 최고기온 기록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의 관측 이래 3월 일 최고기온 Top 5를 살펴봤습니다. 1907년부터 관측을 시작한 서울의 경우, 3월 10일 22.2℃까지 기온이 오르더니 11일엔 22.8℃가 기록됐습니다. 역대 5위와 4위 기록이 연일 이어진 겁니다. 기상 관측 100년이 넘은 서울이지만, Top 5는 모두 금세기의 일이었습니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도시화로 인한 기온 상승 탓입니다.
대전과 대관령에서도 3월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역대급' 일 최고기온이 기록됐습니다. 대전에선 한낮 기온이 10일 최고 24.2℃, 11일 최고 25.1℃까지 올랐고, 대표적인 고랭지인 대관령에선 10일 18.6℃, 11일 19.3℃까지 기온이 올랐죠. 각각 역대 다섯 번째,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이었습니다. 전주와 광주에선 각각 25.8℃, 25℃의 높은 기온이 기록됐습니다. 반면 대구와 부산의 경우, 아직 올 봄의 '기록 갱신'은 없었습니다.
대전과 대관령에서도 3월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역대급' 일 최고기온이 기록됐습니다. 대전에선 한낮 기온이 10일 최고 24.2℃, 11일 최고 25.1℃까지 올랐고, 대표적인 고랭지인 대관령에선 10일 18.6℃, 11일 19.3℃까지 기온이 올랐죠. 각각 역대 다섯 번째,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이었습니다. 전주와 광주에선 각각 25.8℃, 25℃의 높은 기온이 기록됐습니다. 반면 대구와 부산의 경우, 아직 올 봄의 '기록 갱신'은 없었습니다.
북춘천(11일 22.7℃/3위), 철원(11일 22.2℃/2위), 대관령(11일 19.3℃/3위), 서울(11일 22.8℃/4위, 10일 22.2℃/5위), 원주(11일 23.4℃/4위), 수원(11일 23.5℃/3위), 영월(11일 24.6℃/3위, 10일 23.8℃/4위), 충주(11일 24.2℃/4위), 청주(11일 24.8℃/3위, 10일 24.1℃/4위), 대전(11일 25.1℃/3위, 10일 24.2℃/5위), 상주(11일 25.5℃/2위), 군산(11일 24.5℃/2위), 전주(11일 25.8℃/3위), 광주(10일 25℃/3위), 목포(11일 22.2℃/3위), 고창(11일 24.4℃/3위, 10일 23.6℃/5위), 순천(10일 24.5℃/1위), 홍성(11일 23.8℃/1위, 10일 22.2℃), 서청주(11일 24.3℃/1위, 10일 23.5℃/2위, 8일 20.9℃/4위, 9일 20.5℃/5위), 양평(11일 23.8℃/2위), 이천(11일 25.4℃/1위, 10일 23.7℃/4위), 인제(11일 22.7℃/2위), 홍천(11일 23.2℃/5위), 정선(11일 22.7℃/4위), 천안(11일 24.7℃/3위, 10일 23.3℃/5위), 보령(11일 22.8℃/1위), 부여(11일 25.1℃/2위, 10일 23.4℃/5위), 금산(11일 24.4℃/4위), 세종(11일 24.3℃/1위, 10일 22.8℃/3위), 부안(11일 24.9℃/3위), 임실(10일 23.8℃/5위), 정읍(11일 24.6℃/4위), 고창(11일 24.9℃/3위, 10일 24.1℃/4위), 영광(11일 23.9℃/4위, 10일 23.4℃/5위), 김해(11일 23.7℃/2위), 북창원(11일 23.8℃/4위), 양산(10일 23.3℃/3위), 보성(9일 23℃/2위), 강진(10일 22.9℃/2위, 9일 22.4℃/4위), 장흥(9일 23.4℃/5위), 해남(10일 23.6℃/2위, 11일 23.4℃/3위), 의령(11일 24.7℃/4위), 함양(11일 24.8℃/2위, 10일 24.8℃/3위), 진도(10일 22℃/1위), 청송(11일 24.5℃/3위, 10일 24.2℃/4위), 경주(11일 26.4℃/2위), 북부산(11일 22.3℃/1위, 10일 21.6℃/2위, 9일 20.2℃/3위, 7일 19.3℃/4위, 8일 19℃/5위)
이제 3월의 3분의 1이 지난 시점. 남은 20일의 시간 동안, 이처럼 역대 손꼽히게 더운 3월이 기록되는 곳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월요일(13일) 출근길부터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찾아왔는데, 도대체 무슨 기후변화고 지구 온난화냐!”
2023년 3월 11일부터 12일까지 천리안 2A호를 통해 확인된 500hPa 온도 현황 (자료: 국가기상위성센터) |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지구의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특히 극지방의 기온은 더 큰 폭으로 올라감에 따라 북극과 남극의 해빙 면적 또한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그 해빙의 면적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북극과 남극의 해빙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반복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계절에 따라 기온이 바뀌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북극의 해빙 면적 변화는 북반구인 우리의 계절 변화와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겨울에 늘고, 여름에 줄어드는 것이죠. 남극은 그 반대입니다. 마치, 남반구의 호주가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것처럼 말이죠.
해빙은 말 그대로 짜디짠 바닷물이 얼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해빙이 역대급으로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해수온 또한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죠. 다른 대양은 그대로인데 극지방의 바다만 그럴 리 만무합니다. 우리 바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해수온만 오르는 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해빙이 녹는 만큼 해수면의 높이 역시 높아집니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해수면 높이 변화를 살펴보면, 해마다 3.03mm씩 높아졌습니다. 2006~2018년 평균, 전 지구 해수면 상승 속도는 연간 3.7mm. 한반도 연안의 경우, 3.6mm로 이와 비슷했습니다. 해수면 상승 문제가 비단 투발루와 같은 오세아니아 군소도서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난주 국립해양조사원은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미래 해수면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앞선 연재를 통해 상세히 전해드렸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WG(워킹그룹)별 AR6(6차 평가보고서)에 담긴 시나리오에 따른 전망이었습니다. 여기엔 2100년까지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였을 때(SSP1-2.6)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때(SSP5-8.5)의 변수가 적용됐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이랬습니다. 감축 노력을 열심히 기울인다 하더라도, 우리 바다의 해수면은 2050년까지 20cm 가량, 2100년까지 현재 대비 46.8cm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별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2050년까지 25cm 가량, 2100년까지 81.8cm나 상승할 걸로 예측됐죠.
클라이밋 센트럴의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션 (자료: 클라이밋 센트럴) |
이번 국립해양조사원의 연구 결과, 동해와 서해, 그리고 대한해협 가운데 해수면 상승폭이 가장 높을 걸로 예상된 곳은 동해였습니다. 서해는 상승폭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측된 곳이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면적은 서해안과 남해안에 집중됐습니다. 한반도가 동서로 평평한 모양새가 아닌 까닭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모두는 한반도를 '안전지대'라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뚜렷치 않은데,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지진, 극한 강우, 극한 가뭄, 그리고 해수면 상승까지. 각각 이웃 섬나라의 일이라고, 동남아의 일이라고, 아프리카의 일이라고, 오세아니아의 일이라고 말입니다. 심지어 신속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전환에 나서지도 않으면서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군소도서국보다, 저개발국보다 더 뛰어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해서, 더 뛰어난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극한기상현상이 한반도를 피해가진 않으니까요.
기후위기 대응은 크게 완화와 적응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됩니다. 완화는 실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것을, 적응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가 '적응에 능한 대한민국'임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를 지켜보면, '적응에 능함'이라는 사실이 도리어 우리의 변화를 막는 것 아닌가 싶어집니다. 적응을 잘 해서, 혹은 적응에 익숙해져서 완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 위기는 우리가 감당할 만한 수준을 빠르게 넘어설 것입니다.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등등의 표현. 우리 선조들이 괜히 하는 말은 아닐 겁니다.
박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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