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지하철 역삼역 인근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주최로 온라인 성폭력 생존자 보호를 촉구하는 '구글: 미션 실패' 플래시몹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구글에 비동의 성적촬영물이 온라인플랫폼에서 삭제되지 않고 있는 것을 규탄하며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제의 사진 또는 동영상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8일 구글의 성착취물 신고 절차를 확인하고자 직접 들어간 ‘법적 삭제 문제 신고’ 페이지에서 발견한 문구다. 성착취물 피해자는 직접 피해 사진과 영상의 인터넷주소(URL)는 물론, 피해 사실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상세한 묘사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2차 피해’를 겪는다. 구글은 이런 신고를 할 수 있는 신청인 조건도 당사자와 법적 대리인 및 공식 기관만 가능하도록 해뒀다.
구글의 양식으로 신고하기 위해선 해당 콘텐츠가 특정 법률의 몇조 몇항을 위반하는지도 적어야 한다. 동의하지 않은 성적촬영물 유포를 겪은 ㄱ씨는 “일반인이 법 조항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처음엔 ‘나 진짜 지금 죽을 것 같으니까 빨리 삭제를 해달라’ 이런 식으로 썼다가 잘 지워지지 않았다”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증언했다.
신고자는 이 모든 것을 상세하게 작성한 뒤에도 ‘신고서의 정보가 정확하며 법률 위반을 신고할 권리가 있고 위증 시 처벌을 받을 것을 맹세한다’는 내용도 동의해야만 최종적으로 신고 접수를 할 수 있다. 어렵게 신고를 마치더라도 처리 절차 내용을 통보받지도 못한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성착취물 콘텐츠 삭제 신고 페이지. 구글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런 구글의 성착취물 신고 절차가 피해자들에게 “큰 장벽이 되고 있다”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구글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앞에 모였다. 성착취물 유포 피해자들이 공개석상에 나오지 못하고 숨어 지내고 있다는 의미로, 집회에 참여한 활동가 10여명은 검은색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이들은 각자 노트북을 펴고 ‘구글: 온라인 성폭력 생존자를 보호하라’라는 문구를 띄웠다.
이날 피해자 ㄱ씨 증언을 대독한 국제앰네스티는 ㄱ씨가 최근 2년간 구글을 포함해 총 1000건이 넘는 성착취물 삭제요청을 했지만, 여전히 피해 영상이 떠돌고 있다고 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 자아는 “피해자에겐 구글은 2차 가해 사이트”라며 “신고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어 그 고통은 전부 피해자인 스스로가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된 성착취물 관련 지원 건은 2018년 3만3921건에서 2021년 18만8038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피해 촬영물 삭제지원이 90% 이상으로 가장 많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모인 익명 단체 프로젝트 리셋(ReSET)은 “구글의 성착취물 삭제 신고는 미로와 같은 구조다. 피해자는 수고로움을 겪으면서도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지하철 역삼역 인근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주최로 온라인 성폭력 생존자 보호를 촉구하는 '구글: 미션 실패' 플래시몹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구글에 비동의 성적촬영물이 온라인플랫폼에서 삭제되지 않고 있는 것을 규탄하며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지하철 역삼역 인근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주최로 온라인 성폭력 생존자 보호를 촉구하는 '구글: 미션 실패' 플래시몹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구글에 비동의 성적촬영물이 온라인플랫폼에서 삭제되지 않고 있는 것을 규탄하며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움트는 봄,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네이버 구독! 최신 뉴스를 쏙쏙~▶▶마음 따뜻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