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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분 반영 안한다' 특약 쓰고도 "돈 더줘"…시공사들 돌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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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김평화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17일 오전 재건축 공사가 재개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새 단지명 '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이 약 6개월 만에 재개됐다. 2022.10.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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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시공사는 입주를 막거나 막겠다고 선포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착공 후에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특약 계약에도 시공사들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불공정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공사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가상승분 미반영 계약했지만, "공사비 올려줘"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을 위해 초강수를 두고 있다. 들어주지 않을 경우 입주를 막겠다고 엄포하거나 실제로 입주를 막는 강경 입장도 고수한다.

대우건설은 오는 6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 써밋'에 대해 물가변동분을 반영해 공사비 4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미수 공사비 등을 포함해 총 1573억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입주를 막겠다고 엄포했다.

조합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구태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 조합장은 "물가상승에 따른 400억원 인상 관련 공문을 지난달에 받았다"면서 "내부 검토를 거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입주 제한을 언급하니 깡패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답답한 상황이기는 대우건설도 마찬가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자잿값 인상 등으로 인해 비용이 급등했다"면서 "지난해부터 공사비 증액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는데도 조합은 묵묵부답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는 이유는 통상 계약서에 '착공 후에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 금액은 조정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공사비 증액 반영이 가능한 표준도급계약서도 있지만 건설사들은 수주를 따내기 위해 합의 하에 이 항목을 넣는다.

구 조합장은 "자잿값 인상으로 인해 시공사의 이익이 줄어드는 부분은 안타깝지만 2020년 계약시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면서 "조합장으로서는 배임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약에 따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자잿값이 급등하고 국토교통부가 특약이 있지만 조정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주면서 시공사의 태도도 바뀌었다. 국토부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의해 무효가 될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계약체결 이후 설계 변경, 경제상황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않거나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길 경우 그 계약은 무효다.

이같은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혼란을 가중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예림 심목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법적으로 당사자 간에 계약을 했으면 우선은 따르는게 원칙"이라면서 "특약이 있는데도 다시 계약하는 건 상호 간에 합의가 됐을 때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혼란을 불러온 면이 있다"면서 "오히려 착공 후에 물가가 얼마 올랐을 때 일정부분은 반영한다 등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해 정비사업의 경우 착공 이후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서울시와 함께 '정비사업 공사표준 계약서'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표준 계약서가 있어도 시공사가 따르지 않으면 실효성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공사비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약이 있지만 자잿값이 10배~20배 급등한 상황이라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협의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라면서도 "현장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특약이 무효이고 모두 반영해줘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토부측은 "시공사들이 수주를 손쉽게 따내기 위해 물간상승분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특약을 맺고 공사를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사인 간의 계약에 대해 (국토부가)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있지만 결국 조합은 시공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해줘야 할 법적인 근거가 없지만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입주를 막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과 입주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정비사업의 경우 시공사를 통해 자금조달을 하는 구조에서 조합의 목소리는 작을 수 밖에 없다"면서 "시공사가 자금지원을 끊거나 입주를 늦추면 조합의 피해가 커지고 소송으로 가더라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시공사도 이런 구조적인 한계를 잘 알기 때문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한다는 설명이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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