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금)

'정치 리스크' 털어낸 K반도체… 日 소부장과 시너지 기대 [한·일 경제, 규제서 협력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제6단체 "수출규제 해결 환영"
경제인 교류 채널 복구에 속도
전문가 "공급망 안정 위해선
소부장 기술 자립 병행" 조언


파이낸셜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산업계는 '한일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일 양국 정부가 수출규제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양자 협의에 착수하면서 수출규제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업계는 높은 기술력을 지닌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재계 "한일 경제협력 위해 노력"

정부는 6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하 재단)이 국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한 기부금 등 재원을 통해 지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원고들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을 발표했다. 해당 재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 자금 혜택을 본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16개 기업이 우선 출연하게 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공식 요청이 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T&G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 과정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 이행 과정에 성실히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6단체(전경련·대한상의·무협·중기중앙회·경총·중견기업연합회)도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결방안을 합의하고 한일 간 경제현안이었던 수출규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한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면서 "경제계도 이번 합의정신에 따라 한일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한일 정상회담 등 다양한 후속조치들이 신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제단체들은 한일 관계 해빙에 맞춰 적극적으로 '가교' 역할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전경련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올해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대한상의도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지난 5년간 중단됐던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리스크' 지워진 韓반도체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악화됐던 한일 관계가 4년여 만에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되자 반도체업계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2019년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허가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부당한 조치라며 2019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며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대일 소부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기술개발,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일본산 소부장 수입비중 감소에는 성공했으나, 대일 수입액과 대중 의존도는 되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소부장 종합포털 '소부장넷' 통계에 따르면 일본산 소부장 수입비중은 2018년 18.2%에서 2022년 15.1%로 줄었다. 이는 일본산 소부장 수입비중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일본산 수입비중은 줄었지만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같은 기간 381억달러에서 394억달러로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중국산 소부장 수입비중은 29.58%로 2020년(27.42%), 2021년(28.61%)에 이어 비중이 더 늘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으로 수출규제 해제가 이뤄진다면 국내 반도체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규제가 해제되면서 정치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 업체들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소부장 국산화의 경우 일본의 수출규제와 별개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일 의존도가 줄면서 대중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규제가 해제된다면 우리 기업들의 선택권을 확대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협력체)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공급망 안정 등을 위해 한일 간의 협력을 누구보다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