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올해 하락폭 예상 ‘5% 이상’
절반 “내년께 매매가격 반등할 것”
절반 “내년께 매매가격 반등할 것”
서울울 포함한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천 송도 지역의 고층빌딩을 휘감고 있는 먹구름이 현 상황을 나타내는 듯 하다. [김재훈 기자] |
부동산 전문가 90% 이상이 올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전문가 절반은 내년에 집값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3년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의 95%, 중개업자의 96%, PB(Private Banking)의 92%는 올해 주택매매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지난해 중개업소(62%)는 하락을, 전문가(64%)와 PB(52%)는 상승을 예상한 것과 달리 올해는 중개업소·전문가·PB 모두 하락을 전망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작년 12월 12~26일 건설·시행·학계·금융 등 분야의 부동산 전문가(161명), 중개업소(540명), PB(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주택매매가격의 구체적인 하락 폭으로는 수도권 중개업자의 35%, 전문가의 26%가 ‘5% 이상’을 예상했다. 비수도권의 경우 “5%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답한 비율(중개업자 36%·전문가 39%)이 수도권보다 높았다.
올해 전세시장도 하락세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중개업소는 금리상승 여파와 높은 전세가격 부담 등을 이유로 5% 이상 하락을 전망했다.
2명 중 1명(중개업자의 53%, 전문가의 45%, PB의 47%)은 주택매매가격 회복 시점으로 내년을 꼽았다. “2025년에 반등한다”는 예상의 비율은(각 그룹에서 29%, 34%, 40%)은 2024년을 꼽은 비율보다 다소 낮게 나타났다. 2026년 이후 반등할 것으로 보는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보고서는 “중개업소는 하락폭이 큰 반면 반등 시기가 빠를 것으로 내다보고, 전문가는 이보다 더 완만한 하락과 상승을 예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분양 물량과 관련해서 건설·시행·금융 전문가의 68%는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외 경기 위축으로 인한 분양 리스크 증가(58%)를 예상 이유로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다. 주택 매수심리 위축(17%)과 건설비용 상승 등 공급 여건 악화(15%)가 그 뒤를 이었다.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세 그룹 모두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주택담보대출 정책지원 확대, 생애 최초 주택구매 지원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 경기가 좋을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서울과 경기를, 가장 위축될 지역으로 대구와 인천을 지목했다. 투자 유망 부동산으로는 재건축(21%), 아파트 분양(21%), 준공 5년 이내 신축 아파트(16%), 재개발(12%) 순으로 거론됐다.
중개업자들은 신축 아파트(16%)·재건축(15%)·아파트 분양(14%)을, PB들은 재건축(22%), 신축 아파트(21%), 아파트 분양(17%)을 차례대로 선호했다.
주택가격 조정 국면…급매물 확산 가능성 낮아
보고서는 주택가격이 장기간 과도하게 상승한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도 상당한만큼 올해도 주택 가격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험이 구조적으로 높지 않아 이른바 ‘급매물’이 시장 전반에 확산할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보고서는 “금융위기 당시 주요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수준은 70%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느슨했으나 한국은 50%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계 부실이나 주택 보유자의 처분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주택 경기 조정기마다 실제로 문제가 된 것은 가계 부채 등 수요 측면이 아니라 미분양과 건설사 부도 등 공급 측면이었다”면서 “주택시장 경착륙에 대한 리스크는 주택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거래 시장 회복 여부, 미분양 아파트 적체와 영향, 부동산 파이낸싱시장(PF) 등 다양한 요인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 가격은 1.8% 하락했다. 연간 주택매매 가격이 하락한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지역별 하락률은 대구(-5.2%)가 가장 높았다. 이어 대전 -4.4%, 수도권 -2.7%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광주(2.0%)에서만 유일하게 집값이 올랐다.
주택매매 거래량도 지난해 약 50% 급감했다. 특히 7월 이후에는 월평균 거래량이 약 3만3000건에 불과했다. 2017∼2021년 월평균 거래량(8만2000건)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전셋값 역시 지난해 전국에서 2.5%, 수도권에서 4.0%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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