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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총선 이모저모

정의당의 자리, 내년 총선에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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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 변경 너머 ‘해체수준의 재창당 없이는 몰락’ 위기의식

경향신문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3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관해 비판하고 있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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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중단됐다. 모니터엔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와 막 집계가 끝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발표하려던 참이었다. 국회 소통관 320호. ‘비교섭단체 공보사무실’의 모든 당직자의 시선이 TV 화면에 꽂혔다. 생중계 화면 너머 건너오는 본회의장 공기가 심상찮다. 화면 속 김진표 의장이 입을 열었다.

“좀 조용히 하세요! …원내대표들과 다 협의하고 의논했습니다. 총투표수 297표 중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표 11표로 부결.”

인터뷰를 하던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입을 열었다.

“이건 완전히 다 넘어간 결과 아닙니까. 우리 당과 상관없이.”

인터뷰 중단 직전, 이정미 당대표가 ‘특별공지’를 통해 “불체포특권은 폐지돼야 한다는 당론에 입각해 표결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물어둔 상태였다. 김 수석대변인의 답변은 이랬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일관되게 유지해온 ‘불체포특권 폐지’ 원칙에 입각해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었던 거죠.” 설혹 정의당 의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같은 처지라고 하더라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으리라는 답변이었다. 김 대변인의 휴대전화가 연신 울렸다. 투표 결과에 대한 정의당 입장을 묻는 전화로 보였다.

-논평을 내실 겁니까.

“논평까지 낼 사안은 아닌 것 같은데요. 투표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우리 입장은 다 밝혔으니까요.”

-정의당 입장에서 보면 소나기는 피한 셈인가요. 투표 결과를 보면 부결이긴 하지만 단일대오로 압도적 부결결과를 만들겠다는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내부 반란이 드러낸 셈이니….

“꼭 그런 것으로만 생각하진 않습니다. 또 실컷 우리 욕할 테니까요. 왜냐하면 내부의 분란이 있을 때 외침(外侵) 탓으로 돌리면 단합할 수 있으니….”

정의당 내에서도 ‘체포동의안’ 찬성 이견


분란은 민주당 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정미 당대표의 특별공지에 대한 비판은 정의당 내부에서도 나왔다. 정의당 안팎에 걸쳐 있는 의견그룹 ‘새로운 진보’(약칭 새진보)는 지난 2월 13일 낸 입장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정의당 지도부의 이런 입장(불체포특권 폐지 당론에 따른 체포동의안 찬성투표)에는 검찰공화국의 자의적 수사·기소권 오남용에 대한 문제의식, 그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 대한 고려가 없다. 본인이 당당하고, 죄가 없으면 나가서 조사받으라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일 것이다. 그러나 검찰공화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정적 제거 수사에 대한 대응이 ‘착하게 살아라’가 될 수는 없다. (…) 정의당이 검찰공화국으로 향하는 일련의 행태를 저지하고 싸우는 데 유보적인 순간, 정의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다른 제1야당에 일단 힘을 모으겠다는 시민들의 여론은 더 커질 것이다. 도리어 양당 중심의 정치양극화를 부추기는 일이 될 것이다.”

시민정치네트워크를 표방하고 있는 ‘새로운 진보’가 당내 의견그룹이라고만 할 수 없는 건 이 의견그룹을 주도하고 있는 천호선 전 대표, 한창민 전 부대표가 현재 정의당을 탈당했기 때문이다.

“그 두 사람은 정의당의 창당멤버들이었다는 점에서 탈당이 가지는 정치적 함의는 굉장히 크다. 결국 탈당을 했다는 것은 정의당 당내 개혁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뜻이 된다.”

김보경 새진보 운영위원의 말이다. 정당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해야 하는데 내부동력이 없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 시민들과 함께하는 정치운동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천호선 전 대표 등 이들 그룹의 문제의식은 지금의 정의당에는 진보집권의 상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 비전, 그리고 대중이 들어오는 정당으로 만드는 정당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21대 총선 때부터 그런 내용의 안을 만들어 정의당 지도부에 제안했지만 듣지 않았고, 비례대표 중간투표를 위한 당원총투표 운동도 벌였지만 결국 관철되지 못했다. 계속되는 김보경 운영위원의 말이다.

“내가 볼 때 현재의 정의당은 스윙 보터, 이른바 지역에서는 민주당을 찍고 비례는 정의당을 찍는 그런 유권자층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민주당과 차별화해 우리만의 진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지난 2년간의 정의당의 기조였다. 그 정의당만의 독자적 지지층으로 제일 먼저 꽂힌 것이 2030 여성인데, 그게 실패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우리가 보기에 독자적 지지층은 환상이다.”

새진보 “2030 여성 독자 지지층은 환상”


지난주 기자는 내년 총선이 4당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을 짚은 기사를 썼다. 여기서 4당 체제는 민주당계열 정당과 현 국민의힘계열 정당, 과거 중도노선을 표방했던 제3신당, 그리고 정의당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는 4당 체제가 아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분화해 ‘2+2 체제’로 치르는 선거를 의미한다.

중도노선을 표방하던 안철수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제3정당의 입지도 소멸됐지만, 양극화 정치의 틈바구니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진보정당의 앞날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을 담았다.

실제 기자가 접촉한 대다수의 정치컨설턴트·선거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내년 총선에서 정의당의 자리는 없을 것” 또는 “2000년 민주노동당의 창당 이래 한국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해왔던 진보정당의 사멸이 예견된다”는 야박한 평가에 기자가 접촉한 정의당 당직자들이나 당내외의 의견그룹 인사들 상당수가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정의당으로서는 내년 총선 국면은 당의 존립 근간이 무너지는 절박한 정치적 시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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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구조 바꾸자” 김진표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 등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30일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진표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상희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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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이정미 당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재창당추진위원회를 발족한 까닭이다. 재창당추진위에서는 강령·당헌·당규의 개정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당명 변경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정의당 측이 ‘재창당 완료’의 목표 시점을 잡은 것은 올해 9월. 그때까지 17개 시·도당을 순회하며 당원·지지자를 만나는 ‘재창당 전국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정의당이 내놓은 올해 9월이라는 시한은 정치권에서 민주당의 분당이든, ‘윤석열 신당’ 창당이든 정계개편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기도 한다. 기존 양당에서 분리돼 나온 세력과 정의당이 변신할 ‘새로운 진보정당’의 합종연횡 여지도 있을까.

“당연히 민주당과 함께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당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민주당의 내홍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엔 공천 갈등의 한 종류로 보인다. 만약 민주당이 갈라진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두고 정치노선의 차이 때문에 분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은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는 문제로 인한 분열이다. 그런 원인을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새로 만들어진 정당이 10년 이상 간 예가 없다. 제3지대에서 10여년간 표류하던 안철수가 다시 제1당, 2당을 왔다 갔다 하다가 국민의힘에 안착한 것 역시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유일하게 성공한 제3정당은 지금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밖에 없다.”

역시 당내의 대표적 의견그룹인 ‘전환’에 참여하고 있는 나경채 전 정의당 공동대표의 말이다. 2021년 결성된 ‘전환’은 기존 정의당 내의 정파였던 전진, 노동정치연대, 평등사회네트워크, 자생적 좌파청년모임 모멘텀 등이 해산을 거쳐 만든 당내 최대 좌파조직이다. 그는 “이념을 빼고 정치구도만 놓고 이야기한다면 (정의당의 노선은) 반민주당, 반국민의힘 노선으로 점점 정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는데 그것은 총선 국면에서 다른 진보정치세력과의 연대를 이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정의당이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대표정당이라는 데에는 큰 의심의 여지는 없으리라고 본다. 예컨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약진한 진보당이나 기후위기 문제해결을 위해 전념하고 있는 녹색당과 같은 원외정당들이 있는데 이런 정당들과의 관계가 방치되고 있다. 정당들이 서로 손을 잡는 것이 반드시 당 대 당 통합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방식의 선거연대 방안을 내년 총선 전에는 무조건 강구해야 한다.”

정의당의 재창당이 당장은 당이름을 변경하거나 강령·총선전략을 가다듬는 ‘내적 재창당’의 형식이 되더라도 소폭일지언정, 민주당을 제외한 여러 진보정치세력과의 정계개편을 통한 ‘외적 재창당’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환 “총선 숙제는 진보좌파 연대”


재창당 당명과 관련, 과거 정의당이라는 당명이 채택될 당시 이 그룹에서 선호하는 이름은 사회민주당이었다(당명 관련 투표에서 정의당 다음으로 많이 나온 이름이 사회민주당이었다). 실제 사회민주당은 북유럽 등의 진보정당이 많이 채택 중인 이름이기도 하다. 나경채 전 대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렇게 덧붙였다. “몇 년 전 조국 사태에서 민주당에 협력해온 것에 대한 비판을 강도 높게 받은 바 있는데 재창당할 당명이 사회민주당이라면 우리 당만의 독자적인 노선과 이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서 과거 존재했던 평화민주당이나 통일민주당처럼 민주당의 아류로 비칠 수 있어서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자본중심, 국가중심으로 운영돼왔으므로 시민들의 사회적 힘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 운영체제의 재배치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당명에 ‘사회(the social)’가 들어가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문제의식으로 선회한다면 민주사회당 정도의 이름을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도 내년 총선에서 정의당의 자리는 없다고 본다. 단순히 지지율의 문제를 떠나서 진보정치의 세계관이 끝났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아무리 재창당을 하겠다고 이야기해도 차별성이 안 만들어진다. 그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큰 틀에서 1987년 이후 만들어진 세계관 안에 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은 ‘우리는 다르다’고 주장해왔지만, 결국 같은 뿌리의 세계관으로 만들어졌다. 그 세계관이 끝났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 정의당의 자리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3월 1일 기자와 통화한 조성주 정치발전소 이사의 말이다. 조 이사가 이끄는 당내 의견그룹 ‘세번째 권력’은 재창당 문제에 대해 가장 급진적 주장을 펴고 있다.

“재창당의 내용을 두고 왼쪽의 정당들을 규합하자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진보정당이 서 있던 땅 자체가 없어졌다. 당의 해체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은 다른 세계관으로 새로운 정당으로 출발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만들어질 정당은 우리에게 익숙한 진보정당과는 다르리라고 본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양대 거대 정당이 정상적인 책임정치에서 이탈하면서 비어버린 ‘중원(中原)’을 진보정당이 해체된 뒤 새로 만들어질 신당이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당내 재창당 논의는 민주당 왼쪽에서 어떻게 새로 정립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내가 보기엔 이것은 왼쪽·오른쪽 문제가 아니라 세계관이 달라지는 문제다. 나머지도 마찬가지다. 결국 민주당과 관계설정을 두고 독립할 거냐 아니면 선거연대 정도는 열어놔야 한다는 식의 논의다. 우리 고민은 다르다. 거칠게 말하자면 민주당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정상적인 책임 정당에서 이탈해버렸기 때문에 저는 ‘중원’이라고 표현하는데 큰 양대 정당이 이탈하면서 그게 비어버렸다. 중원이란 두 정부에 걸쳐 각각 이뤄진 거센 적폐청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거기에서 진보정당이 기존 20년 동안 가져온 세계관을 해체하고 사회 약자들의 권리 신장이나 평화를 만드는 작업이 가능하다고 본다. 정리하자면 지금의 민주당은 사실상 포퓰리즘 정당이 돼버렸기 때문에 가운데 공간이 크게 생겼다. 여기가 노동문제나 산업변화, 기후위기 문제해결의 영역이었다. 진보정당이 거기에 뛰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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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6일 조성주 정치발전소 이사(왼쪽)가 ‘세번째 권력이 되겠다’며 장혜영·류호정 의원과 함께 정의당 당대표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류호정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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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조 이사가 주도하는 세 번째 권력에 지난 21대 총선 후 당 내외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심상정 정의당’의 간판 인물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이 의견그룹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조 이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기존 진보진영이 정체성 정치에 매몰됐던 것에 대한 반성적 평가에 기초하고 있다. 과연 정체성 정치가 다수파 전략이었는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이 문제를 제기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밖에서는 두 의원이 정체성 정치의 화신처럼 보지만 실제로는 아니고, 반성적 평가에 가장 적극적이다.”

민주노동당 이래 진보정당들은 비례로 배지를 다는 경우, 다시 비례를 맡지 않는 전통이 있다. 즉 21대 비례의원들은 차기 총선에서 지역구를 선택해 출마해야 한다.

장혜영 의원은 지난 2월 중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에 사무실을 열었다. 류호정 의원은 일찌감치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로 방향을 잡았다. 장 의원의 경우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새로 생긴 소규모 커뮤니티 등이 기반이 될 수 있다. IT업계가 몰려 있는 분당 역시 ‘IT 노동자’ 출신인 류 의원의 지지토대가 될 수는 있지만, 재선으로 가는 여정이 험난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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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2월 13일 국회 본관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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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진보정당 울타리 벗어나야”


“정의당이 변하는 건 쉽지 않다.”

김수민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정의당 지지층을 크게 나눠본다면 민주당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노선과 민주당과 연합노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뉜다. 문제는 정의당 지지율 등락과 상관없이 이 구성비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당 안에 이런 흐름이 병존하고 갈피를 못 잡는 상황에서는 크게 벗어나기가 힘이 든다.”

그 역시 양극화된 한국 정치 상황에서 대의되지 않는 정치적 공간이 있는데 정의당의 경우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대안정치 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최근 ‘사법 리스크’ 문제에서도 여론조사에 계속 잡히는 층이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는 정당하다, 동시에 김건희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 즉 둘 다 해야 한다는 층이 뚜렷이 형성돼 있다. 이 층은 정의당을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정의당이 기회를 놓쳐왔고 불신을 사는 대목이다. 나는 설령 재창당 등 정의당이 노력한다고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한국 정치에서 시민들이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을 초과했다. 민주노동당이 10% 초반의 지지율로 선전할 때는 의미 있는 소수정당에 대한 지지가 있었다. 심지어 조금만 더 잘하면 집권 가능한 정당이라는 인식까지 있었다. 그런데 2020년 총선에서 정의당 지지율 9.67%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 4%대로 반 토막 난 것은 정의당 스스로의 실책이나 잘못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시효가 거의 다 해버린 상황에서 내부혁신이나 재창당조차 해나갈 힘도 없이 정의당을 버겁게 만들 정도로 정치 환경이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절대적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관적 전망이다.

정치컨설턴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정의당이 진보정당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체적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반기득권 흐름이라고 본다. 양당체제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 사람들을 확 당겨 외연을 확장하고 집권 가능한 정당으로 되살아나려면 진보정당이라는 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이 세력이 집권할 만하구나’라는 것은 이 세력의 주장이 ‘옳구나, 그르구나’가 아니라 그릇과 통합능력을 갖췄느냐의 문제다. 연동형 비례제를 하자는 것은 항상 연정이 가능한 정치제도를 만들자는 얘기다. 안 됐을 때는 당 스스로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말하자면 정의당은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민주당도 사실 굉장한 혼란 속에 있는데, 가장 큰 위기는 이재명의 위기라기보다 가치의 위기다. 민주당이 뭐 하는 정당인지, 누구를 대변하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가 너무 모호하고 어떤 측면에선 무너졌다는 점이 본질적인 문제다. 같은 맥락에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왜 없어졌다고 하는지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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