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 기자회견 하는 콘테 이탈리아 총리(2020.3.10) |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이탈리아 검찰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에 따른 과실치사 혐의로 주세페 콘테 전 총리와 로베르토 스페란자 전 보건부 장관 등 19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지검의 이번 수사는 이 지역 희생자 유가족들의 요구로 시작된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베르가모는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 거점인 롬바르디아에서도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이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초기 이 지역에선 코로나19가 창궐해 불과 몇 개월 만에 6천명이 넘는 주민이 사망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20년 2월 21일 롬바르디아 코도뇨 지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직후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내 11개 지역에 이동제한령을 내렸지만, 베르가모 지역에 대해서는 2주 뒤 봉쇄령이 롬바르디아 전역으로 확대될 때까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검찰은 정부가 베르가모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봉쇄령을 내렸다면 사망자 수를 2천명 남짓으로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이탈리아 정부가 2006년 이후 한 차례도 전염병 대응 계획을 수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수사의 핵심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수사 대상에는 최근 재선에 성공한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 주지사와 기울리오 갈레라 전 롬바르디아주 보건 자문관 등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는 안토니오 치아파니 수석검사는 예비조사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들에 관한 "엄청난 양의 서류"와 이메일, 전화 메시지를 살펴봤다고 말했다.
콘테 전 총리 등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콘테 전 총리는 "나는 우리나라가 지금껏 경험한 가장 힘든 시기 가운데 하나였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조국과 국민들 앞에 떳떳하다"며 사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오성운동(Five Star Movement)'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중도좌파의 민주당과 손잡고 연립 정부를 이끌었다.
2022년 10월까지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으로 재직한 스페란자 전 장관은 "항상 국가의 이익을 위해 원칙과 소신을 갖고 행동했다"고 강조했다. 갈레라 전 롬바르디아주 보건자문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우린 가장 적절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희생자 유가족 측 변호사 콘수엘로 로카티는 그 자신도 코로나19로 부친을 잃었다면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환영했다.
그는 "검찰이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의 명예를 찾아주고 우리가 3년 전부터 물어온 질문에 답을 하고 있어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면서 "지금까지는 모든 정부 조직이 우리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다시 쓰려고만 해왔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에서는 현재까지 최소 2천557만여명이 감염돼 18만8천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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