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미군, 아프간 철수 때 두고 온 군사장비 최소 9.5조원 규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 보고서

“아프간 정부 붕괴, 미군 계획 부족 탓”

“우크라이나 지원 감독해야” 지적도

경향신문

2021년 8월19일(현지시간) 탈레반을 피하기 위한 ‘대탈주’ 행렬이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앞에서 공항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한 주민이 아이라도 피신시키기 위해 생후 16일 된 아기를 철조망 너머 미군에게 넘기고 있다. 며칠 뒤 카불공항은 탈레반에 완전히 장악됐다. 아기는 이후 부모와 재회해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NS영상캡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군이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두고 온 군사 장비의 규모가 최소 72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군의 계획 부족과 갑작스러운 철수에 따른 혼란이 탈레반의 발 빠른 국가 장악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미군이 버리고 간 막대한 군사 장비가 탈레반 수중에 남겨졌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의회의 의뢰로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이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은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이 집권하는 과정에서 비행기와 미사일, 통신 장비 등의 회수를 포기하고 철수했다. 다만 미군이 아프간군에 지원한 군사 장비 목록이 담긴 데이터가 2021년 유실돼 정확한 규모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특별감사관실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미군 철군과 함께 아프간군이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탈레반에 무너진 것은 미군의 사전 준비와 계획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이 아프간군에게 제공한 무기 및 장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책임 부족이 아프간 정부의 군사적 붕괴에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아프간군이 군 장비 공급과 유지·보수에 있어 계약 인력들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미군이 철군 2개월 전인 2021년 6월 이들을 철수시키자 곧바로 전투 능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군은 이들의 철수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탈레반이 미군 철수를 합의했지만, 아프간 정부 인사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리라고 믿고 있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군의 철수 방식은 많은 아프간인에게 미국이 아프간에 대기 중이었던 탈레반에게 정부를 넘겨주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지난 20년간 아프간군에 지원한 무기는 186억달러(약 24조5000억원)에 이른다.

미국이 이처럼 천문학적인 액수를 쏟아부었음에도 아프간 정부가 쉽게 붕괴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존 소프코 특별감찰관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간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더 많은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실은 보고서에서 “전례 없는 양의 무기가 우크라이나로 이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중 일부가 암시장에 유입되거나 엉뚱한 이들의 손에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특별감사관실은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가 공식적인 조사에 답변을 지연하는 등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반면 국방부는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WSJ는 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신입 채용’은 공정했을까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