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의 유럽 유입 ‘관문’ 그리스
강진 피해 이재민 밀입국 차단 선제 조치
현 정부 강경한 난민 정책으로
튀르키예 출발 난민들 ‘위험한 항로’ 내몰려
그리스와 튀르키예 국경이 접한 에브로스 지역 국경 장벽 옆에 그리스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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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의 밀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 통제를 강화했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리스는 피해 지역 주민들의 밀입국이 쇄도할 것으로 보고 최근 국경 수비대 수백여명을 추가 투입하는 등 튀르키예와 맞댄 육지·해상 국경 통제를 강화했다.
노티스 마타라키 그리스 이민부 장관은 “수백만명의 이주는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대한 긴급 지원으로 난민들의 대규모 이동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지역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면 집을 잃은 이재민 중 일부가 봄부터 그리스로 밀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마타라키 장관은 지난 24일 수도 아테네 외곽에서 열린 유럽연합(EU) 국경관리 회의에서 EU의 자금 지원 여부와 상관 없이 튀르키예와의 국경 장벽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길이 35㎞, 높이 5m에 이르는 튀르키예 국경 장벽 규모를 올해 연말까지 2배로 늘릴 방침이다. 마타라키 장관은 “불법적인 이주로부터 유럽 대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에브로스강 전체를 따라 장벽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와 맞댄 그리스 국경 장벽. 그리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장벽 규모를 2배 늘릴 방침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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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임기가 끝나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현 그리스 중도우파 정부는 전임 좌파 성향 정부에 비해 난민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국경지대에 도착한 난민을 강제 퇴거시켜 다시 돌려 보내는 등 강경한 대응으로 EU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스는 내전이나 극단주의 세력의 탄압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중동 난민들이 거치는 주요 길목이다.
그리스가 난민 단속을 강화하자 튀르키예에서 출발한 난민들은 그리스 섬을 우회해 곧바로 이탈리아까지 더 긴 항해에 나서고 있다. 고무보트나 목선 등 긴 항해에 적합하지 않은 부실한 선박이나 과밀한 배를 타고 더욱 위험천만한 항로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날 이탈리아 서남부 칼라브리아주 동쪽 해안에서 난파돼 최소 59명이 숨진 난민 선박도 튀르키예에서 출항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난판된 선박에는 약 150~200여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사망자 가운데는 신생아를 포함해 어린 아이 12명이 포함돼 있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유럽으로 향하다 지중해 중부에서 선박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난민은 2만여명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22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산된다.
EU는 난민들의 유입 길목인 그리스가 이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다른 회원국보다 더 많은 재정을 지원해 왔다. EU 재정 중 일부는 난민들의 과밀 수용 문제가 불거졌던 사모스, 레로스, 코스 등 그리스 5개 섬에 새 난민 캠프를 건립하는 데 투입됐다. 그러나 2021년 새로 문을 연 캠프는 난민들을 마치 범죄자로 간주하는 듯 교도소에 버금가는 통제 시설을 갖춰 인권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리스를 포함해 지난주 EU 회의에 참석한 15개국 장관들은 국경 통제 시설 증축을 위한 추가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마타라키 장관은 “EU가 어떤 종류의 이민 정책, 더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국경통제를 할지 결정해야 할 중대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질서 있는 방식으로 망명을 허용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불행히도 밀입국 브로커들이 우리 사회의 삶을 터전을 팔아먹고 있으며, 그 대상은 가장 보호가 필요한 이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수수료를 주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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