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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2025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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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교육혁신안’ 발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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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단계적 도입…취약점 분석 등 자기주도적 학습에 활용
수업은 토론·프로젝트 형식 추구…현장선 “입시 경쟁 심한데 토론 수업 회의적” 시각도

2027년 중학교 3학년 수학 수업 시간. 학생들은 수업이 시작되자 본인 노트북을 켜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의 사전학습 문제를 푼다. 학생들의 문제 풀이 결과는 선생님의 대시보드로 전송된다.

선생님은 대시보드에서 AI가 분석한 학생별 취약 문항과 문제 풀이 시간 등을 확인한 후 수준별 모둠을 꾸린다.

이날은 ‘삼각형 작도’ 프로젝트 수업이 있는 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교실에서 ‘합동’인 물건을 찾아오는 모둠별 과제를 준다. 학생들이 과제 수행 결과를 발표하면 선생님은 그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 수업 후 AI가 진단한 수업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별로 다양한 숙제가 주어진다. 학생들은 집에서 다시 AI 디지털 교과서를 켜고 본인 수준에 따라 제시된 도형 관련 문제를 푼다. 학생이 답안을 제출하면 AI 튜터는 모르는 부분이 충분히 이해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설명을 해준다.

위 사례는 교육부가 제시한 AI 디지털 교과서가 적용된 미래 교실의 풍경이다.

교육부는 23일 2025년부터 초·중·고교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2025년 초 3·4학년, 중1, 고1부터 적용돼 2026년 초 5·6학년과 중2, 2027년 중3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2025년까지는 종이 교과서와 AI 디지털 교과서가 병행되고, 2028년 이후 전면 전환이 검토된다. 교육부는 교과 특성에 맞춘 AI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7개 시범교육청을 선정해 선도학교 300개교에서 AI 기반 수업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또 2027년까지 학생들에게 1인 1디바이스를 지급해 AI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AI 기반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AI 기술을 활용해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는 목적이다.

교육계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이 실현되려면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현장 여건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가 AI를 통해 학생 개별 수준을 파악해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려면 과밀학급 문제 등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뜻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 대도시에는 과밀학급이 많이 남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사들이 학생을 하나하나 살피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20명 이하 교실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한 수업 모델을 교육부가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현장에 정착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을 하던 2020년에도 교육부가 디지털 교과서를 개선하려 했지만 맞춤형 교육은커녕 디지털 교과서 사용 방법을 지도하는 데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면 지식은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학습할 수 있고, 수업은 강의가 아닌 토론과 프로젝트 형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자기주도학습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학습 동기가 부족한 학생들이 소외되고, 오히려 교육격차가 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학습부진 학생에게 훨씬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가 주력해야 할 부분은 뒤처진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니만큼 그런 쪽에 개발·활용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고 해서 실제로 토론식 수업, 프로젝트식 수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박성욱 전교조 정책실장은 “초등학교 저학년 단계까지는 개별화된 학습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입시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중학교 이상으로 가면 문제 풀이 교육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나연·남지원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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