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 국가 폴란드가 난민 가장 많이 수용
바이든 폴란드서 “NATO 동부전선 강화”
푸틴 모스크바서 ‘특별 콘서트’ 애국심 고취
유엔난민기구(UNHCR) 통계에 따르면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한 나라는 폴란드였다. 전체 우크라이나 난민의 19%인 156만 명에 달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폴란드를 방문,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폴란드가) 어린아이와 여성 등 (대규모) 피란민을 받아들이는 등의 지원을 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서 “우리는 (난민을 수용한 폴란드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모든 영토를 보호할 것”이라며 “NATO의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인접 국가인 체코도 49만여 명(6%)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불가리아와 몰도바로도 각각 15만명, 11만명이 피신했다. 대서양 건너 미국도 우크라이나 전체 난민의 3%(26만7000여 명)를 수용했다고 미 백악관이 발표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단결’을 뜻하는 U4U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미국인 후원자가 있는 이들에게는 최대 2년 동안의 미국 체류를 허용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주민들을 중심으로 285만명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서 러시아로 갔는데, UNHCR은 이들도 808만명의 난민에 포함시켰다. EU(유럽연합)는 “난민 대부분은 여성과 아동”이라며 “전쟁 와중 건강은 물론, 교육 등도 제대로 받지 못해 인도적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나토 회원국 모임인 ‘부쿠레슈티 9국(B9)’ 정상 회의에 참석, “NATO의 동부 최전선인 이 지역에서 동맹국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대응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B9 동맹국 간의 추가적 군사 협력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B9은 폴란드,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로 과거 구(舊)소련, 현재는 러시아 혹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한 나라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 한 치의 NATO 영토라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미국의 공약은 분명하다”고 했다.
B9 정상들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미국의 군사 자산을 자국에 추가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서유럽의) 미군 장비를 폴란드 내 기지로 옮기는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발트 3국 일대에 미국의 고속기동 포병 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과 공격용 헬리콥터, 정찰 자산 배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B9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라며 “우리 9국은 나토 동부 전선의 억지력과 방어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레오파르트2 주력 전차 공급도 본격화하고 있다. 스페인 국방부는 22일 자국 의회에 “우크라이나에 보낼 레오파르트2 전차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중 6대를 우선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은 “3월 말~4월 초 준비가 끝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고 동맹이 요청한다면 더 많은 전차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레오파르트2 생산국인 독일은 우선 자국 보유분 중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키로 하고, 다른 나라에 수출한 레오파르트2의 우크라이나 반출도 허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또다시 ‘핵 위협’으로 응수했다. 그는 23일 ‘조국 수호자의 날’을 맞아 발표한 기념사에서 “우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3대 핵전력’ 증강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겠다”고 말했다. 3대 핵전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뜻한다. 그는 또 “최신형 ICBM 사르마트를 올해 실전 배치하고, 킨잘과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의 대량 생산 및 공급을 앞당기겠다”는 기존 목표를 재확인했다.
러시아는 22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러시아에 대한 애국심과 대(對)서방 항전 의식을 고취하는 특별 콘서트를 열었다. 러시아의 유명 록스타 그리고리 렙스가 나와 노래를 부르고,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왔다는 어린이들이 무대에 올라 “나와 수십만명을 구해준 러시아군에 감사한다”며 러시아군 지휘관을 껴안는 퍼포먼스를 했다. 푸틴은 무대에 등장해 “우리의 역사적 영토와 국민,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러시아 장병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영웅적으로 싸우고 있다”며 “러시아군을 지지하는 모든 이들이 조국의 수호자들”이라고 말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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