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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학폭 가해자 혼낸 피해자母, 아동학대 유죄에… 맘카페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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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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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딸을 괴롭힌 학생을 찾아가 소리를 지른 엄마가 아동학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최근 유사한 사건에 대해 또 다른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엇갈린 판단에 대해 학부모들 사이에선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 임효량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A씨에게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9월 중학생 딸이 같은 반 학생 B양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울면서 귀가한 것을 목격했다. 앞서 A씨는 B양에게 “내 딸과 친하게 지내지 말고 말도 걸지 말라”고 주의를 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B양이 딸을 괴롭히자 A씨는 B양이 다니는 학원으로 가 수업 중이던 B양을 불러냈다. 이어 학원 강사와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데서 “내 딸과 친하게 지내지 말고 말도 걸지 말라 했지. 그동안은 동네 친구라서 말로 넘어갔는데 이제는 참지 않을 거다”라고 소리쳤다.

이후 A씨는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귀가하는 B양에게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마라. 내 딸한테 말도 걸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며 재차 소리쳤다. 실제 B양은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A씨의 딸을 괴롭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고 B양에게는 서면 사과와 사회봉사 등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의 부모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괴롭힘을 당하는 딸과 만나지 말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어서 위법성도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임 판사는 “A씨의 행동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며 “딸에 대한 추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한 행동이라는 점은 인정되나 그 사정만으로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학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판결 소식은 온라인 맘카페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학부모들은 “피해자 부모가 주의를 준 행동이 처벌받을 일인가” “막상 내 자식이 당한다면 벌금 100만원을 내더라도 쫓아가 따질 것” “피해자가 맞대응하면 쌍방 학폭이고, 피해자 부모가 대응하면 아동학대가 된다. 더글로리 같은 통쾌한 해결은 없는 것인가”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인천에서 유사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받은 학부모의 사례와 비교하는 글도 올라왔다. 앞서 인천지법 형사7단독 이해빈 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씨는 2021년 3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8살 아들의 친구 D군을 찾아가 “네가 우리 아들을 손으로 툭툭 치고 놀린다던데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한 번만 더 그러면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소리를 지른 혐의를 받았다. 당시 D군은 태권도 사범을 따라 친구들과 함께 학원에 가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판사는 “C씨 행위는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런 행위가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고, 정서적 학대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욕설이나 신체 접촉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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