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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각종 지표 악화, 경제·물가 불확실성 고조에 한은 ‘고육책’ [韓銀 금리인상 ‘일단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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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5% 유지 배경

이창용 “물가 3월부터 4%대로 낮아지고

2023년 말 3% 초반 생각… 방향 맞는지 점검

최종금리 3.75% 가능성 열어둬야 의견”

2023년 물가상승률 전망치 0.1%P 낮췄지만

기준금리 인하 언급엔 “시기상조” 일축

“한·미 금리차, 특정 적정 수준은 없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기준금리 동결을 단행한 데는 지난해 가파르게 오른 금리의 물가 안정 효과와 경기에 미치는 파급력을 일단 지켜볼 시점이 됐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수출 등 각종 경기 지표 악화에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의 큰 물줄기를 여전히 물가에 두면서 미국의 긴축 속도나 물가 움직임 등에 따라 언제든지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는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패스(경로)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게 되면 굳이 더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가기보다는 현 수준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물가 패스로 가느냐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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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이날 현재 3.5%인 기준금리를 동결, 2022년 4월부터 이어져 온 연속 인상 행진을 일곱 차례에서 멈췄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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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잠시 멈춤’이 필요한 이유로 대내외 경제·물가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 안개가 가득하면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본 다음에 갈지 말지를 봐야 하지 않느냐”면서 “(이번 동결을)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 국내 경기 둔화 조짐이 본격화하자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7%를 3개월 만에 1.6%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유럽의 연착륙 가능성, 중국의 경기 회복 등으로 0.2%포인트 정도 상향 조정 요인이 있었지만, IT(정보기술) 경기 부진·국내 부동산 경기 둔화 등 하향 조정 요인이 0.3%포인트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중 부진한 성장 흐름이 하반기 이후 점차 나아지는 ‘상저하고’ 전망은 유지했지만, 불확실성이 크다는 단서를 붙였다. 구체적으로 상반기 성장률은 1.1%, 하반기는 2.0%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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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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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11월 전망치(3.6%)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이달에는 5% 내외의 상승률을 기록하겠지만, 다음달부터는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상승률이 상당 폭 낮아지고 수요압력 약화 등에 따라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반영됐다.

금통위가 이번에는 금리 동결에 나섰으나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갈 필요성도 강조한 만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하다. 국제유가 및 공공요금 인상 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향후 3개월가량의 기간 내 기준금리 정점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견해와 관련해 “1명은 현 3.5%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었고, 5명은 당분간 최종 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1%포인트 낮추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물가 패스상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 금리 수준에서) 가만히 있거나 낮춘다고 확정하기보다는 여러 불확실성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물가 패스가 변동된다면 그에 맞춰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로 인한 외국인 자본 유출 및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 등도 추가 인상 가능성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총재는 다만 “변동환율제 하에서 (한·미 금리 격차의) 특정 적정 수준이라는 것은 없다”면서 “기계적으로 몇 %포인트면 위험하다거나 바람직하다는 것은 없지만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환율) 변동 요인이 될 수 있으니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내 요인보다는 미국의 최종 금리 수준과 긴축 지속 기간 등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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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서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물가 경로가 저희 예상에 부합해서 장기 목표인 2%(상승률) 수준으로 가는 것이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되면, 그때 금리 인하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며 “그 이전에는 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다. 몇 개월 사이 그러한 변화가 나타날 여건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두 달여 만에 종가 기준 130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7.8원 내린 1297.1원에 마감하며 하루 만에 1200원대로 다시 내려섰다. 한은이 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지만 추가 인상 기조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코스피는 21.41포인트(0.89%) 오른 2439.09에 마감했다.

민간 연구 기관에선 올해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4%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2023년 기준금리 예측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및 국내 물가 불안이 기준금리 인상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의 기준금리가 연말에 4.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강진·정재영·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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