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물가, 서민고통 커져 리스크 관리 강화
전문가들도 물가와 성장률이라는 딜레마 상황 속 일단은 경기대응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미묘하게 우세하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공공요금·가공식품 등 취약계층에게 직접 타격이 가는 품목 물가는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의 급격한 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잠시 멈췄듯, 공공요금 인상도 최소화하면서 취약계층 등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지난해 11월 전망치(1.7%)보다 0.1%포인트 낮춰 잡았다. 반면 물가는 올해 3.5%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지난 11월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2.4%로 내다봤다.
기준금리는 현재 수준인 3.50%에서 동결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에 달했다. 지난해 12월보다도 0.2%포인트가 올랐다. 안정 목표치인 2%의 2배 이상이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다. 낮아진 경제 성장률 전망을 감안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우리나라 올해 경제 성장률을 0.3%포인트 내렸다. IMF가 예측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은 1.7%에 불과하다. 작년 7월 전망 당시 올해 한국 성장률을 2.9%에서 2.1%로, 10월에는 2.1%에서 2.0%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세 차례 연속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세계경제 위축으로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물가의 고공행진이 장기화하면서 수출과 내수 양 측면의 회복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IMF는 특히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이 유독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중국의 리오프닝 등을 반영해 같은 시기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존 2.7%에서 2.9%로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그만큼 한국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문제는 상반기다. 중국 경제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급격하게 위축된 경기를 끌어올릴 긍정적 요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내렸다.
수출은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5억4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이 44% 급감했다. 수출은 줄고 난방 사용에 따른 에너지 수입은 늘면서 무역수지는 60억달러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무역수지는 12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진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에는 일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물가 측면에선 오름세가 커질 가능성이 생겼다. 새해 들어서도 물가가 5%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서민 고통이 심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 인상을 당분간 미루고,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금리는 아무래도 경기에 맞추는 것이 맞다”며 “물가가 여전히 높긴 하지만 떨어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경기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바우처 등 정책 도구를 이용해서 취약계층에 대한 미시적 정책 지원을 상반기까지는 이어가야 한다”며 “공공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시급한 물가라는 당면 과제가 있으니 상반기까지는 올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반기가 되면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서고 그건 소비 증대를 의미하니, 올려야 하는 공공요금은 그때 올리면 된다”고 덧붙였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