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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대학 난방비 52% 급등 “실험장비 못돌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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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전국 대학 16곳 1월 가스·전기료 조사

조선일보

경북 한 사립대는 지난달 작년 같은 달보다 30%나 오른 전기·가스요금 고지서를 받고, 올해 예산안을 어떻게 짜야 할지 막막해졌다. 이 대학 직원은 “작년 1월 전기·가스비로 2억원을 냈는데 올해는 2억6300만원이더라”며 “공과금을 연체할 수도 없으니 줄일 수 있는 다른 항목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월 6300만원 올랐으니 1년 전체로 따지면 4억~5억원을 더 내야 한다. 한 해 등록금 수입 약 850억원에서 인건비(520억원)와 교내 장학금 등(208억원)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대학 입장에서 수억원 추가 지출은 큰 부담이다. 이 직원은 “일단 새 학기 신임 교수들 책상과 의자를 사지 않고, 있던 걸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파가 각 대학을 덮치고 있다. 1월분 ‘폭탄’ 공과금 고지서가 속속 날아들면서 대학마다 비상이 걸렸다. 본지가 전국 4년제 일반대 16곳의 지난달 전기·가스 요금을 조사했더니, 작년과 비교해 평균 52.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많게는 141.1%로 오른 대학도 있었다. 비수도권 대형 대학은 작년 1월 6억1000만원에서 올해 9억8000만원으로 4억원 가까이 뛰었다. 올해 내내 이런 식이라면 전기·가스요금으로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만 수십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조선일보

지난달 교육용 전기요금은 작년 1월과 비교해 33%, 가스요금은 40% 안팎(지역별 차등) 올랐다. 공공요금 인상이야 대학들만 겪는 일은 아니지만, 등록금이 15년째 동결돼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충남의 한 대학 총무과 담당자는 “올 1월 가스비가 두 배나 올랐길래 이를 반영해 올해 예산을 늘려 잡았다가, 법인 총무부에서 ‘너무 부담스럽다’며 승인을 안 해줘 애를 먹었다”면서 “등록금 수입의 80%가 인건비로 나가고, 나머지에서 시설 수리비와 공공요금 일부를 내야 하는데 전기와 가스가 너무 급히 올라 난감하다”고 했다. 2021년 기준 사립대 등록금 수입 가운데 76.3%가 인건비에 쓰인다.

등록금 이외 대학 수입인 정부 국고지원금은 매년 늘고 있긴 하지만, 공공요금이나 인건비에는 못 쓰게 막혀 있다. 이 밖에 대학이 기부금을 받거나, 수익용 기본재산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모두 답보 상태다. 사립대 기부금 수입은 2002년 1조556억원에서 2021년 4395억원으로 반 토막 났고, 대학들이 가진 수익용 기본재산은 60% 이상이 전답(田畓) 등 토지여서 이를 갖고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금으로 운영경비를 지원받는 국립대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국립대는 “당초 올해 공공요금 예산으로 편성한 범위를 초과해서 쓰는 바람에 예산을 조정하느라 혼났다”며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으로 받은 국고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행사들의 규모를 줄이고, 이 행사에 들어갔던 다른 항목 예산을 빼내는 식으로 몇 바퀴를 돌려 공공요금 추경을 했다”고 말했다.

올 1월 전기·가스요금이 작년보다 60.1% 뛴 다른 지역 국립대는 “대학 차원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거나, 에너지를 많이 절감한 단과대에 인센티브를 주는 포상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올 들어 공공요금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고되면서, 이미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대학이 많다. 대구의 한 사립대는 올겨울 실내 온도를 낮추는 등 작년 1월 대비 가스는 10.8%, 전기는 2.2%가량 덜 썼다. 그런데도 1억원을 더 내야 했다.

다른 예산을 줄일 여유가 없다 보니 결국 학생들이 추위에 떨거나 대용량 전기가 필요한 실험 설비를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등 교육 환경이 열악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북의 한 사립대는 올 1학기부터 학생 기숙사 온수 공급 시간대를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학 시설팀 직원은 “조금이라도 아껴보자고 약 4년 전부터 각 건물 전등에 동작 감지 센서를 설치하고 전력 소모가 적다는 LED 조명으로 교체했고, 올겨울에는 방학 중 단축 근무, 개인 전열기구 사용 금지 등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한 상황이었다”며 “그런데도 생각보다 요금이 많이 나와 정말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최소 내년까지는 등록금 규제를 풀지 않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공공요금 등 경상비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특히 올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가 신설되면서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이 기존보다 1조5000억원 늘어나는데, 이 돈을 인건비나 공공요금 납부에 쓸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담당자는 “특별회계로 확보된 재원은 대학이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줄 방침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풀어줄지는 재정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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