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물가냐 경기냐…이창용 총재, 역대 4번째 '캐스팅보트' 행사하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주 통화정책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진다. 1.25%p(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 금리와 격차,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세 등은 금리 인상 요인이다. 반면 경기 둔화 우려는 추가 긴축을 머뭇거리게 한다. 지표와 금리 방향을 둘러싼 전망이 맞서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캐스팅 보트'(casting vote·최종 결정권)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당초 시장에선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한은이 이번에는 숨고르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국채 금리가 상당폭 하락한 데다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를 기록하는 등 시장 전반의 불안이 다소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동결에 힘을 싣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도 나왔다. 추 부총리는 지난 10일 편집인협회 월례포럼 초청행사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취하다 보니 경기둔화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다"며 "물가안정 기조는 확고히 하되 서서히 경기문제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점점 강해진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 발언은 추가 금리 인상이 급격한 경기 둔화의 원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은 통화 정책에 대한 훈수로 읽힌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 당시 한 금통위원도 "금융 여건이 충분히 긴축적인 영역에 진입해 있는 데다 올해 들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이 오는 23일 기존 성장률 전망치(1.7%)를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론에 힘을 보탠다. 한은이 성장 눈높이를 낮추는 동시에 경기 둔화를 부추길 수 있는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하기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릴 명분도 여전하다. 우선 한미 기준금리차가 2000년 10월 1.5%p 이후 가장 큰 1.25%p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한미 간 금리차가 확대되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불씨가 살아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2% 올랐다. 지난해 5월(5.4%) 이후 9개월째 5%를 웃돌고 있는 데다 앞으로도 교통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정된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떨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시장이 바라보는 연준 최종금리 예상치가 올라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시장 예상보다 견고한 미국 고용지표 발표 이후 연준 인사들이 연일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이에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최종금리는 4.8%에서 5.1%대로 상승하는 추세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 명분이 팽팽히 맞서자 일각에선 이 총재가 오는 23일 금통위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금통위원들 간 최종금리 수준 관련 추가 인상(3.75%)과 동결(3.5%) 의견은 3대3으로 갈린 상황이다.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의장으로서 평소 개인 의견을 밝히지 않지만 금통위원 간 의견이 반으로 갈렸을 때는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 만약 이 총재가 이번에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 역대 4번째 사례가 된다. 1998년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맡은 이후 한은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건 △2001년 7월(전철환 전 총재) △2006년 8월(이성태 전 총재) △2013년 4월(김중수 전 총재) 등 단 3차례에 불과하다.

한편 시장은 14일(현지시간) 발표될 지난달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를 주목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CPI 증가율이 전년 대비 6.2%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CPI 증가율 진정세가 예상과 달리 꺾이지 않는다면 연준의 긴축 모드가 더 깊고 길어질 수 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종합분석실장은 "미국 CPI 발표 직후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다수 컨퍼런스에서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며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평가가 변화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