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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물가와 GDP

경기 죽어가는데 고물가에 속수무책…딜레마 빠진 추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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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물가 잡히면 정책기조 '경기 대응'으로"

공공요금 줄인상에 하반기 정책방향 전환 미지수

안정적인 경기 성장 위해 기업 기살리기 필요

아주경제

1월 전기·가스 등 연료물가 32% 올라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지난달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가스·난방비 등 연료 물가가 1년 새 30% 넘게 상승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전기 계량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2023.2.5 saba@yna.co.kr/2023-02-05 15:36:39/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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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물가 등 여파로 우리나라 실물경제에서 울리는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경제 정책 무게 추를 경기 대응 쪽으로 선회하고 싶어하지만 문제는 잡히지 않는 물가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대중교통 등 추가적인 공동요금 인상이 예고된 상태라 당분간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 부양에 나설 시점을 택하기가 갈수록 어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고물가 잡혀야 '경기 대응' 전환 가능한데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아직은 물가 안정 기조를 흐트러뜨려선 안 되고 거시적으로 보면 여전히 물가 안정에 당분간 중점을 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대응) 쪽으로 턴(turn·전환)해야 한다"며 경기 부양 필요성도 언급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물가 안정에 주력한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 내로 들어오면 물가가 실물경제 둔화에 본격 대응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점점 안정세를 찾아 상반기 4%대, 하반기 3%대로 내려가 연간 3.5% 정도로 수렴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금 부양책을 쓴다면 5%대 고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지만 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까지 내려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경기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가 전망한 대로라면 늦어도 올 하반기 초반에는 경제정책 방향을 선회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책 전환 시점을 구체적으로 결정한 건 아니지만 물가·고용 등 각종 지표를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경기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전제로 한 '물가 하향 안정화'가 어느 시점에 이뤄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흐르고 있는 게 문제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전기·난방요금 급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만간 택시·버스·지하철 등 교통 관련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다.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다.

서울시는 지난 1일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했고 앞서 대구시는 지난달 중형택시 기본 요금을 3300원에서 4000원으로 700원 올렸다.

다음 달에는 경기도가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적용되는 거리를 2.0㎞에서 1.6㎞로 줄이고 기본요금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서울시가 4월부터 지하철·버스 요금을 300~400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8% 올라 2018년 9월(0.8%) 이후 가장 높았다.

◆경기 부양 위한 기업 '기 살리기'도 난항

물가가 잡혀도 제대로 된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원 가능한 부양책으로는 금리 인하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추가 재정 지출 등이 거론된다. 한·미 금리 역전 규모를 감안하면 기준금리와 시중금리를 쉽게 낮추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추경 투입에 대해서도 정부는 일관되게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와 규제 완화로 간접적인 경기 부양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이마저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반도체 기업 관련 세액공제 확대다.

추 부총리와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14~15일 국회에서 열리는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조세소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달 임시국회를 통해 대기업의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통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추 부총리와 최 차관도 국회를 찾아 적극적인 로비에 나선다.

현재 조특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속 표류 중이다. 지난달 19일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이 기재위에 회부됐지만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해 아직 조세소위원회 상정도 못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의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을 내밀었다.

다만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이 비협조적이다. 야당은 이번 세액공제 확대가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고 다른 산업과 형평성 등도 지적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안이 이전에 야당 반대로 좌절된 법인세·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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