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운전자 공개한 서울대 前총학생회장…"무죄로 봐야" 뒤집힌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학생회 간부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온라인상에 밝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전 총학생회장을 무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2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가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A씨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다른 단과대 소속 학과 학생회장 B씨가 차기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듣고 B씨가 농촌활동(농활) 사전답사에서 음주운전을 했다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A씨는 해당 내용의 글을 게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총학생회에서 주관하는 농활에서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면서 위법한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음주운전 후 약 4개월이 지나 글을 게시했다"며 "게시 시기는 B씨가 소속된 단과대학 학생회장 선거를 1개월 앞둔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주운전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B씨의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도 음주운전 사고를 조심하자는 취지로 글을 올릴 수 있었다"며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A씨 주장만으로는 게시글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함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항소했으나 같은 법원 2심 판단은 1심과 같았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농활에서의 관성적인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공론화하기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 또한 음주 상태의 농민이 운전한 다른 차량에 탑승해 이동했고 게시글에 자신이 B씨의 음주운전을 말리지 못한 사실, 자신을 태워준 농민이 술을 마셨음을 묵인한 점, 사죄하는 마음으로 다음 농활 등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다짐 등을 담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이 같은 사실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은 반성과 함께 향후 농활에서 학생들은 물론 농민들도 이에 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적·사회적 피해를 줄이고 농활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까지 있다고 봄이 타당한 만큼 게시글은 의도·목적의 측면에서 공익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게시글이 사건 발생 이후 4개월이 지나 게시된 것은 의도와 목적에서 B씨의 출마와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설령 그런 목적이 있더라도 게시글의 주요 내용은 B씨의 학생회장 자격을 판단하는 것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단과대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 사항에 해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활에서 음주운전 문화 개선은 대학뿐 아니라 사회의 이익과도 연관된다"며 "A씨가 학생 외 다른 사람까지 볼 수 있는 SNS에 글을 게시했다고 하더라도 공익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아울러 "행위의 동기·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이 인정되는 이상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도 원심은 공소 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 사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