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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류호정·한동훈, 대정부질문서 ‘비동의간음죄’ 놓고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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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피해자에 증명 책임 전가”

한동훈 “억울한 사람 처벌 확률 있어”

여성가족부가 검토 의사를 밝혔다가 “계획에 없다”는 법무부 반박에 9시간 만에 철회한 ‘비동의간음죄’를 놓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 간 설전이 벌어졌다. 한 장관은 “동의 없는 성관계는 범죄”라면서도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 의원은 “폭행∙협박 없이 일어나는 70%가 넘는 강간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가해를 줄이기 위해 법무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8일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한 장관에게 “대한민국은 성범죄 피해자라는 낙인, 가해자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등 성범죄 고소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가해자 합의 시도까지 뿌리친 용기 있는 사람만 재판에 갈 수 있다. 성범죄 처벌률이 (높다지만 다른 나라와 현실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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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류호정 의원(왼쪽),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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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은 강간죄의 구성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행위’로 규정한다. 대법원 판례는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으로 항거불능 상태이거나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만큼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 술∙약물∙위계를 활용하거나 친족간 발생한 성범죄의 경우 처벌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동의 여부를 범죄 구성요건에 두자는 것이 ‘비동의간음죄’의 골자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환경인 데다, 기소되더라도 검사가 입증을 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피해자에게 증명 책임이 전가된 어려움을 강조한 셈이다.

한 장관은 이와 관련 “논쟁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 오해를 말아달라”고 전제하며 “현장 법률가 입장에서 본다면 피해자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는 만큼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은 확률이 있다“고 답했다. 또 한 장관은 비동의간음죄가 있는 독일과 스웨덴과 비교해 본다면 우리나라가 더 다양한 죄명으로 성범죄를 처벌하고, 판례도 점차 피해자 중심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독일과 스웨덴은 우리보다 성범죄 발생 비율이 높은데 유죄율은 떨어져 생긴, 국민 공분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신설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촘촘한 법률로 상당 부분 비동의간음죄 필요성을 메꾸고 있다”고 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6일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해 형법 제297조(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의 강간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가 “‘비동의 간음죄’ 개정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여가부는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 포함된 비동의 간음죄 개정검토와 관련하여 정부는 개정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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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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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류 의원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기본계획이 검토, 법무부는 신중검토라면 여가부는 적극 검토 정도라는 입장이라도 내야 했던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비동의간음죄 신설 여부를 묻는 말에 김 장관이 “입법에는 개인적 의견보다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답하자 “구차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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