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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챗GPT가 쏘아올린 검색엔진 재격돌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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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1990년대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쳤던 검색엔진 기업들이 25년 만에 재격돌을 앞두고 있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의 등장 때문이다. 챗GPT는 오픈AI라는 회사가 만들어 지난해 말 출시한 AI 챗봇으로 월간 활성사용자(MAU)가 벌써 1억명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은행 UBS는 챗GPT 하루 방문자 수가 1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MAU는 한달 동안 한번 이상 사이트를 방문한 이용자의 수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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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구글 장군멍군=마이크로소프트(MS)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있는 MS 캠퍼스에서 AI 챗봇을 적용한 자사의 검색엔진 빙(Bing)을 공개했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는 이날 "오늘부터 검색엔진 기업들의 경쟁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오픈AI의 GPT 3.5 언어 기술을 빙에 일부 적용했다"고 말했다. MS는 향후 AI 챗봇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나델라 CEO는 같은날 미국 경제 채널 CNBC에 출연해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한 2007년 이후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며 AI 챗봇을 검색엔진에 적용한 것이 MS에 있어 클라우드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은 이런 MS의 움직임을 미리 내다보고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6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챗GPT에 대항해 AI 챗봇 바드(Bard)를 몇 주 내에 출시하고, 검색엔진에도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바드는 구글의 언어 모델인 람다 기반의 AI 챗봇이다. 피차이 CEO는 "바드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취합해 답변한다"고 강조했다.

■ 부정론 vs 긍정론= 다만, 25년 만의 검색엔진 경쟁의 시작을 알리기에는 MS의 검색 점유율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스탯카운터 자료에 따르면, MS의 올해 1월 글로벌 검색 점유율은 3.03%다. MS의 국내 검색 점유율도 지난해 12월 2.77%, 올해 1월 2.79%로 미약하다.

하지만, 구글과 네이버의 사례에서처럼 검색엔진 시장을 거머쥐면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다. 현재 올 1월 기준 세계 검색엔진 시장에서 4위를 기록 중인 얀덱스는 검색 시장을 장악하며 러시아의 거대 테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공교롭게도 5위 역시 같은 과정을 밟은 중국의 바이두다. 바이두는 올 1월 글로벌 검색 점유율 0.65%를 기록했다. 바이두는 클라우드는 물론이고 OTT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이 때문에 클라우드에 이어 게임 부문에서 큰 성장을 일궈내고 있는 원조 빅테크 기업 MS가 검색엔진 시장을 타깃으로 정한 것만으로 글로벌 테크기업들에는 충분한 위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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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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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검색경쟁 시대=1990년대는 웹사이트가 폭증하면서 웹 페이지들을 검색하는 검색엔진 기업들이 생존을 걸고 싸우는 시기였다. 기존에도 서버 검색엔진 등이 존재했지만, 1994년 야후와 라이코스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1996년에는 알타비스타가 주도권을 쥐기도 했다.

1998년엔 훗날 검색엔진 시장을 평정하는 구글이 등장했다. 야후 등이 검색엔진 자체보단 여러 콘텐츠를 묶어서 보여주는 포털 사이트 구축에 초점을 맞췄던데 반해 구글은 검색의 결과물로 차별화를 뒀다. 무엇보다 구글은 초기부터 검색 자체를 광고로 만들고, 사용자들에게 수익을 나눠주면서 다른 검색엔진들을 빠르게 제거해 나갔다.

국내에서는 삼성SDS에서 1999년 분사한 네이버가 빠르게 검색엔진 시장을 점유해 나가면서 구글과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애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검색엔진 시장에서 지난해 12월 구글은 점유율 31.41%, 네이버는 62.81%를 차지했다.

■ MS의 속내= 어쨌거나 MS는 자사의 검색엔진 Bing과 챗GPT를 통합하면서 치고 나갔다. MS의 발빠른 행보가 가능했던 이유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라는 회사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오픈AI는 테슬라, 스페이스X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가 2015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 출신의 샘 알트먼과 함께 비영리단체 형식으로 만든 회사다. 일론 머스크는 2018년 오픈 AI를 떠났지만 지분 보유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오픈 AI는 이듬해 산하에 영리회사인 오픈 AI LP를 만들어 투자 유치를 시작했다. MS는 2019년 오픈 AI LP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 일론 머스크가 2020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오픈 AI가 MS에 독점 라이선스를 제공한 것은 설립 이념과 반대되는 일"이라며 비난한 것으로 볼 때 일론 머스크가 오픈 AI의 지분을 소유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MS는 오픈 AI의 지분 49%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오픈 AI의 수익 중 75%를 MS가 가져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MS가 챗GPT를 통해 더욱 강하게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하려 할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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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도 검색 엔진 경쟁에 뛰어들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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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MS가 이렇게 움직인 이상 구글이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글이 움직이면 경쟁사인 네이버도 발걸음을 빠르게 뗄 수밖에 없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최근 많은 주목을 받는 생성 AI와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AI를 검색에 이용하기 위한 '오로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로라 프로젝트는 한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언어 모델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중 챗GPT를 도입한 MS의 빙에 대응할 만한 '서치GPT'를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최근 한국어 특화 AI 언어 모델인 'KoGPT'의 오픈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개한 바 있다. 챗GPT가 MS와 구글, 그리고 네이버의 '전쟁'에 불을 지켰다. 과연 검색엔진 시장은 누가 거머쥘까.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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