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송정은 기자 |
지난달 27일 시행 1주년을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놓고 오가는 이야기가 많다. 7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는 256명으로 전년(248명)보다 8명 증가했다.
실제로 전체 사망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늘었다. 상황이 이런데 책임 소재 대상인 기업체 처벌 사례는 지난 1년 동안 0건에 불과하다.
지난달 31일 ‘2023년도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한 고용노동부의 최태호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법 시행으로 중대재해를 사전 예방하는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CEO 처벌을 면하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활동이 이뤄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빨리 기소가 되고 판결되는 사례가 나오면 전반적으로 기업에 주는 메시지가 컸을 텐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법 시행 초기보다 긴장도가 떨어지는 등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사업장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위험성평가 특화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사고위험성을 ‘예방’하는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을 마련한 본질적 이유를 정부는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초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게 된 이유는 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있는 기업체의 CEO까지 처벌해 일벌백계하고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법령 시행 1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모호한 처벌기준을 표면적 이유로 들면서 애초의 징벌적 법 시행의 목적을 흐리려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의 위험성평가 특화점검의 첫 사례가 등장했다. 지난 3일 한 대형건설사가 시공하는 서초동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50대 노동자 1명이 지지대 해체 작업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올해 처음으로 위험성 평가 점검을 실시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반드시 기업체 CEO에 대한 법적 처벌이라는 결말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법이 시행된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국민의 안전이다. 모호한 기준이 책임 소재의 향방을 어렵게 만든다면 그 모호한 기준을 뚜렷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안전 점검 방식 변화가 처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는 방식의 전환이 아닌 처벌과 예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확실한 ‘투트랙’ 전략이 될 필요가 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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