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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인구 50만명 붕괴된 포항, 대도시 지위 박탈 위기 [70th 창사기획-리버스 코리아 0.8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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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49만명대로 감소 2년간 지속땐

소방·경찰·행정 등 특례혜택 못받아

헤럴드경제

포항철강산업단지 인근 공단에 공장 매매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포항=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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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항철강산업단지 인근 공단의 한 업체 건물 입구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포항=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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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스펙(성적)이 좋은 사람이 오면 걱정부터 됩니다. 들어와도 금세 나가버리니까요. 인성만 좋으면 가르치겠다는 생각으로 채용하는 데 쉽지 않네요.”



대기업 연구소에서 박사급 연구원으로 일했다는 중소기업 연구소장 A씨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가 다니는 B사는 최근 대졸 출신 ‘연구직 사원’을 채용했다. 지난 1년간 상시 채용으로 사람을 뽑았지만 올해가 돼서야 간신히 신입사원을 뽑았다. 그런데도 필요 인원은 셋이나 모자란다. A씨는 자신이 하는 많은 업무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연구소 인력을 채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북에서 가장 큰 도시, ‘굴뚝 도시’라는 호칭을 가진 포항이 지방소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젊은이는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났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작은 업체를 중심으로 구인난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 작은 업체를 중심으로 폐업도 잇따르고 있다.

1일 포항시가 발표한 1월 통계에 따르면 내·외국인을 포함한 포항시 인구는 49만6052명에 그쳤다. 1995년 포항시가 영일군과 통합한 이후 50만명을 밑돈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국인만 놓고 보면 포항시 인구는 지난해 6월 49만9854명을 기록한 후 49만명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태가 2년간 지속된다면 포항은 내국인 인구 50만명이 돼야 받을 수 있는 ‘대도시 특례’ 혜택(소방·경찰·행정 측면에서 지원)을 받지 못한다.

지방소멸은 포항 같은 2차산업 중심도시에 큰 위협이다. 지금까지 포항을 지탱한 ‘1차 금속제조업’과 ‘금속 가공제품 제조업’은 노동력 집약성이 높은 산업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또 동국제강 등 내로라하는 철강기업이 지역의 기반이었지만 최근 감소하는 추세다. 실제 통계청과 포항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포항시에 소재한 1차 금속 제조업체 숫자는 215곳으로, 전년 대비 15곳이 감소했다. 금속 가공제품 제조업체 역시 637곳으로, 같은 기간 7곳이 줄었다.

우려스러운 점은 제조업체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화학업체·운송업체·건설업체까지 부정적인 영향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선호도가 바뀌기도 했지만 인력이 갈수록 부족한 현실 속에서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 역시 ‘사람이 있어야’ 사업 영위가 가능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과 31일 헤럴드경제 취재진이 찾은 포항철강산업단지 인근 공단은 ‘스산함’이 느껴질 정도로 한적했다. 산업단지 곳곳에 붙어 있는 임대와 용지 매각 포스터가 어려운 현실을 대변하는 듯했다. 일선 산업현장에서 젊은 근로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문기술이 필요한 대졸 이상 고급 인력이나 힘쓰는 일에 필요한 젊은 남성은 더 보기 어려웠다.

포항 강소업체인 김상수 한승캐미칼 대표는 “포항공대나 한동대 같은 대학이 지역에 있지만 졸업생은 포항에 있는 작은 업체에 취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대구에 있는 영남대·대구대·경북대, 울산에 있는 유니스트(UNIST) 졸업자를 데려오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경북도와 포항시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많은 수상을 했지만 취업시장에서 주목도를 높이기엔 역부족이었다.

현지 기계 제조업체인 정해식 거전이앤씨 대표도 “지난해 2명이 나간 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임원이 직접 나서 오전 5시부터 일을 해야 한다”면서 “이력서는 많이 들어오지만 대다수가 허위로 구직 신청을 하는 사람이라 정작 채용하겠다고 연락하면 거절하기가 일쑤”라고 아쉬워했다.

한 마디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젊은 세대가 지역을 떠나면서 인구가 줄고, 사업체에 근무할 사람이 적어지면서 인력난으로 인한 폐업이 속출하는 현상이 이어지는 구조다. 포항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방 산업이 제대로 자리 잡아야 지방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며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에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내일을 걱정하는 현지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생태계의 균열은 결국 도시의 붕괴로 이어진다. 이미 포항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무너지고 있다. 포항 제3일반·철강산업단지에 인접한 남성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이 고작 3명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입학생 10명 이상을 유지했지만 올해 학생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학교에 있는 유치원은 원생이 없어 문을 닫은 지 오래다.

많은 친구를 사귀며 자라야 할 아이들은 외로움 속에서 도태되고 있다. 조이제 남성초등학교 교장은 “인근의 학생 수요만으로 학교를 유지할 수 없어 작은 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의 신청을 받아 채우고 있다”면서 “다만 인근 학교나 위 학년과 학급을 묶어 체육 수업을 진행해 아이들에게 사회성을 함양할 방법을 고민하는 게 교육자로서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외부 자본과 기업 유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향후 미래 산업인 이차전지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새로운 출발점이다. 김남일 포항시 부시장은 “경북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항이 무너지면 경북도 산업 전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 유치 노력은 물론 작은 기업의 애로사항에 귀 기울이면서 어떻게든 제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포항교육지원청을 포함한 현지 교육당국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정영석 포항교육지원청 유초등교육과장은 “현지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아이들에게 방과 후 교육비를 직접 지원하고, 원거리 통학이 불가피한 학생에게 택시비도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포항=김성우·임세준 기자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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