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튀르키예서 시작된 ‘침묵의 수색작업’…펼쳐진 기적의 순간들 [뉴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 생존자들 구조 기다려”

숨진 산모와 탯줄로 연결된 채 발견된 신생아

대재앙에 하나 된 지구촌…수색구조팀 급파

‘침묵의 수색작업.’

강진으로 무너진 튀르키예(터키) 동남부 디야르바키르의 주택 현장에서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한 구조 작업이 7일(현지시간) 진행됐다. 지진 발생 후 하루가 넘었지만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 건물 잔해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구조대원들은 그들을 향해 “모두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생존자의 얕은 숨소리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AFP통신은 이런 모습을 ‘침묵의 수색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세계일보

지난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동남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강진으로 지금까지 두 나라에서 최소 568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튀르키예 남부 아다나의 붕괴한 건물에서 부상자를 옮기는 구조대 모습. 아다나=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날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이날까지 사망자만 7800명을 넘어섰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이가 몇명이나 될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디야르바키르시 공무원인 이스마일 펜디크는 “앞으로 사흘은 매우 중요하다”며 “구조대가 24시간 내내 일하고 있다. 우리는 기도할 것이다,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쉼없는 구조작업 속 기적의 순간들

쉼없이 진행되는 구조작업 속에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기적의 순간들도 펼쳐졌다. 전날 튀르키예 국경 인근의 작은 도시 진데리스의 5층짜리 주거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잔해 속에서 신생아를 구조했다. 이 아이가 구조된 시점은 지진이 발생한 지 10시간 만이었다.

발견 당시 여아의 탯줄은 숨진 어머니와 이어진 상태였다. 구조 직후 인근에 있던 여성 이웃이 탯줄을 끊었다. 의료진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 신생아의 등에 타박상이 있었고, 체온은 35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다행스럽게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은 신생아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 상태로 미루어 볼 때 구조되기 3시간 전에 잔해 속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의료진은 추정했다.

세계일보

지난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샨르우르파에서 구조대원들과 의료진이 건물 잔해에서 구조한 여성을 이송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신생아의 구조 장면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했다. 9초 분량의 이 짧은 영상을 보면 폐허더미로 변한 건물을 헤치던 포크레인 뒤에서 한 남성이 갓 태어난 벌거숭이 아기를 안아 들고는 황급히 뛰어나온다. 잠시 후 다른 이가 아이를 덮어줄 용도로 보이는 모포를 던지는 모습도 보인다. 아이의 친척들은 이 신생아가 그의 가족 중에 유일하게 생존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잔해 깔렸던 여성이 22시간 만에 생환한 사례도 있었다. 튀르키예 아나둘로통신은 전날 밤 남부 산리우르파주의 붕괴한 건물 아래에서 22시간에 걸친 구조 작업 끝에 한 여성이 생환했다고 보도했다. 아나둘로통신이 공개한 영상에서 이 여성은 구조 전까지 상체가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탓에 다리만 밖으로 나와 널브러진 상태였다. 구조대는 산소와 수액을 투여하며 긴 시간 여성이 체력을 잃지 않도록 힘썼고, 거대 크레인까지 동원한 끝에 겨우 구출에 성공했다.

◆미·중·러 등 각국 앞다퉈 수색구조팀 급파

국제사회는 대재앙에 모처럼 한뜻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물론 각국 정부와 구호단체는 지진 피해 지역의 구조 작업을 돕기 위해 인력을 비롯해 자금, 장비 등을 앞다퉈 급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반목하던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최근 미국과 정찰풍선 격추 사건을 놓고 대립하는 중국도 긴 지원국 명단에 포함됐다.

세계일보

강진 발생 다음날인 지난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카흐라만마라슈의 건물 잔해에서 구조대가 생존자를 끌어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튀르키예에 파견할 수색구조팀을 동원하는 한편, 위성사진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자 재난 긴급 대응을 돕는 코페르니쿠스 위성 시스템을 가동했다. 최소 13개 EU 회원국이 지원을 제안했다. EU는 시리아에도 인도주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줄 채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를 즉각적으로 돕기 위해 수색구조 지원팀을 조율하고 있다. 미국이 지원하는 인도주의 파트너들도 시리아의 지진 피해에 대응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에선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소방대원과 구조 공학자 약 100명이 터키로 파견돼 구출 작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특수 훈련견 6마리도 포함됐다.

러시아 비상대책부의 구조팀도 시리아로 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내전 중인 시리아에 주둔한 러시아군은 이미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등 잔해 정리와 생존자 구조를 지원하기 위해 300명으로 이뤄진 10개 부대를 보냈다. 러시아군은 인도주의 지원 자원을 배분하기 위한 지점을 설치했다. 러시아는 또 튀르키예에도 지원을 제안했다.

이스라엘도 150명의 엔지니어, 의료진, 구호대원 등으로 구성된 수색구조팀을 튀르키예에 보낸다고 밝혔다. 양국은 한때 가까운 역내 동맹국이다가 수년동안 긴장상태에 있었으나 최근 관계를 개선 중이다. 이스라엘은 자국과 전쟁 중인 시리아에도 인도주의 지원을 할 예정이다.

세계일보

튀르키예 지진 실종자 수색 등을 위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군 수송기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튀르키예와 이웃지간이면서도 해묵은 앙숙관계에 있는 그리스도 튀르키예에 구조대원 21명, 구조견 2마리, 특수 구조 차량 등을 보낼 방침이다. 의사 5명과 구조 공학자, 지진 방재 계획 전문가 등도 함께 그리스군 수송기에 올랐다.

한국은 튀르키예에 탐색구조팀 중심으로 총 110여명 규모의 긴급구호대를 파견하고 의약품 등 긴급 구호물품도 군 수송기로 전달할 방침이다. 일본은 75명 규모의 구조대를 튀르키예에 파견할 예정이다. 중국 적십자회는 튀르키예 및 시리아 적신월사에 각각 20만달러(약 3억7000만원)를 원조할 방침이다.

이밖에 영국,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인도, 스위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폴란드,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몰도바, 뉴질랜드, 멕시코 등이 지원국 명단에 올랐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