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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목원대 학생들이 인근 음식점에 ‘외국어 메뉴판’을 나눠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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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25곳에 중국어·베트남어 메뉴판 전달

“유학생 이용 불편…미용실 등에도 보급할 것”

경향신문

목원대에 재학중인 중국인 유학생 등이 지난 6일 대전 서구 도안동에 있는 한 음식점을 찾아 중국어 등 외국어로 설명이 돼 있는 메뉴판을 살펴보고 있다. 목원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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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원대 인근 음식점에 외국어로 된 메뉴판이 등장했다. A4용지 크기의 책자형 메뉴판에는 한글과 함께 중국어·베트남어로 음식의 이름과 재료 등이 적혀 있다.

이 외국어 메뉴판은 목원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학생들이 음식점별로 제작해 지난달 31일 인근 식당 25곳에 배포한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편리하게 한국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상인들의 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목원대에는 중국·베트남 등에서 온 1080명이 공부하고 있다.

외국어 메뉴판 제작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김민우씨(25)는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근 음식점에는 외국어 메뉴판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7일 말했다.

김씨를 비롯한 9명은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이서영 교수의 도움을 받아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우선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한국음식 등을 주제로 수요 조사를 진행했고 외국어 메뉴판 보급을 위해 인근 상인들을 설득했다. 메뉴와 재료 등과 관련한 번역은 글로벌비즈니스학과에 재학 중인 중국·베트남 유학생이 맡았다.

이 교수는 “언어 소통이 쉽지 않은 유학생들이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는지 늘 걱정이 됐다”며 “대전·세종·충남 지역혁신플랫폼 내에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사업 공고가 난 걸 보고 이번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목원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한의(40)는 “메뉴판에 한글만 적혀있는 음식점이 많아 음식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며 “외국어 메뉴판에는 음식 이름부터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 지 등의 설명이 친절히 적혀 있어 메뉴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목원대에 재학중인 중국인 유학생 등이 지난 6일 대전 서구 도안동에 있는 한 음식점을 찾아 외국어로 설명이 돼 있는 메뉴판을 살펴보고 있다. 목원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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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들의 반응도 좋았다. 닭요리 전문점을 운영 중인 고윤옥씨(49)는 “손님 중 10% 정도가 외국인이어서 외국어 메뉴판이 필요하다고는 느껴왔다”며 “외국어 메뉴판 사용 이후 입소문이 났는지 외국인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어 메뉴판을 제작한 학생들은 QR코드를 통해 외국어 음식 메뉴판이 갖춰진 업체 명단과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 시스템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대학 내 게시판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목원대 관계자는 “현재 외국어 메뉴판을 사용하는 음식점을 늘리는 동시에 미용실과 같은 편의시설에도 외국어 안내판을 제공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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