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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답없는 중산층 난방비 재원 마련…추경 카드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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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정부가 '난방비 대란'의 후속 대책으로 중산층까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꺼내 들자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재부는 이미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지원을 강화한 만큼 대상을 확대할 경우 재정부담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난방비 지원에 대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힘을 싣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추경으로 인한 고물가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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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1분기에 적용할 전기 및 가스요금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인 30일 서울 시내의 한 다세대주택 전기 계량기 모습.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내년 1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을 발표한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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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정부 및 관계부처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중산층 난방비 지원 여부를 논의 중이다. 각 가정에 1월 난방비 고지서가 본격적으로 배포되는 이달 말까지 세부사항 조율을 끝마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최근 예상치 못한 난방비 폭탄에 취약계층 118만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 지원액을 2배 인상했다. 이는 기존 예산 800억원에 더해 1000억원 규모의 일반 예비비를 긴급 투입한 것이다. 이달 초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59만2000원씩을 지원하는 추가 대책까지 연이어 발표하며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윤석열 정부가 난방비 지원을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배경은 이달 배포하는 1월 고지서가 사실상 난방비 대란의 정점에 달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기·가스 등 연료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1.7% 치솟았다. 같은 기간 도시가스는 36.2%, 전기료는 29.5% 오르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38.2%) 이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난방비 급등에 따른 불만이 확산하자 중산층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해 요금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인 셈이다.
중산층 난방비 지원, 수조원 예상추경시 물가상승, 재정건전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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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산층 지원에 투입할 비용이다. 최근 약 200만 취약계층 가구 지원에 투입된 비용은 3000억원으로, 이를 중산층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할 경우 추정 예산만 수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중산층은 2021년 기준 61.1%다.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중위소득 50∼150% 기준이다. 결국 10가구 중 6가구가 난방비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는 기존 예산과 예비비만으로 지원금을 충당하기 불가능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에너지 물가 지원금으로 7조2000억원의 추경을 언급한 것도 편성된 정부 예산만으로 이를 감당이 불가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로 여당 일각에서까지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기재부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여전히 추경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추경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규모로 돈이 풀릴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의 높은 수준을 기록한 만큼 재정지원을 막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올해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못 박은 이유도 1000조원대로 늘어난 국가채무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중앙정부 기준 국가채무 잔액은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 당시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62조원 규모 2차 추경을 고려한 연말 국가채무는 1068조8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7%에 달한다. 올해 국가채무비율 전망은 50.4%로 당장 국가 재정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코로나發 추경 중독 자제해야전문가 "선별적 지원이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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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내부에서도 난방비 지원에 대한 추경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경이란 전쟁이나 대규모 실업 등 재난 상황으로 기존 예산에 수정이 필요할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추경에 대한 인식이 만연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에서 10차례에 걸쳐 15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추 부총리 역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예산 편성안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며 "1월에 추경을 얘기하는 건 기본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중산층 난방비 지원에 대한 물가상승 우려와 재정 악화를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난방비 지원을 위해 추경을 결정하기보다는 가스요금 동결이나, 저소득층의 선별적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며 "추경의 가장 큰 문제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동성을 안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중산층 지원 자체도 논란이지만 추경으로 국채발행이 늘면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더 가중될 것"이라며 "결국 주식시장, 부동산 시장까지 여파가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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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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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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