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만 명 넘을수도"…튀르키예·시리아 강진 피해 눈덩이

84년 만에 최대 규모인 7.8

여진 계속… 伊선 쓰나미 경보

사망 최소 1500명 이상 추정

“최대 1만명 달할 것” 전망도

“건물 잔해 전쟁 포연처럼 날려”

국경 인접 난민 수십만명 거주

강추위에 폭풍… 기상조건도 악화

韓 관광객·교민피해는 없는 듯

6일(현지시간) 강한 지진이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해 양국에서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아직 피해 상황이 완전히 집계되지 않아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규모 7.8로, 튀르키예에서 지금까지 집계된 기록 중 최대 규모와 동일하다. 지진은 이날 오전 4시17분쯤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에서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7.9㎞이며 15분 후 규모 6.7의 여진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진 여파로 이탈리아 해안에 쓰나미(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졌다.

아파트 한 개 동 ‘폭삭’ 6일 튀르키예 남부 아다나에서 강진으로 아파트 한 개 동이 통째로 무너진 모습. 규모 7.8에 달하는 이날 지진으로 다수 건물이 붕괴돼 사상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다나=로이터연합뉴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후 7시 기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밝힌 사망자만 912명, 부상자는 5000여명에 이른다. 앞서 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이 사망자 수를 284명으로 발표했으나 몇 시간 만에 피해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지역에서도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리아 보건부는 알레포, 라타키아, 하마 지역이 강진 피해를 봤으며, 현재까지 403명이 사망하고 1200여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반군 장악 지역인 이들리브주에서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군 측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은 트위터를 통해 반군 장악 지역에서 최소 380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 이상이 다쳤다고 현지 상황을 알렸다. 시리아 정부와 반군 측 집계를 합하면 사망자는 783명에 달한다.

시리아는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반군으로 양분돼 13년째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청은 진원지 인근의 주요 도시에서 아파트 수십채가 무너지는 등 건물 피해가 커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관련된 모든 부처와 응급대원들이 재난 대응을 하고 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이 문제를 함께 극복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쉴레이만 소일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건물 잔해에 묻힌 사람들을 위해 이동통신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며 휴대전화 이용 자제를 당부했다.

무너진 가옥서 기적의 생환 튀르키예 남부도시 디야르바키르에서 6일(현지시간) 한 소녀가 지진 충격파로 무너진 가옥에서 구출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쯤 가지안테프에서 33㎞ 떨어진 내륙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를 강타해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디야르바키르=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 동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선교 활동 중인 장성호 목사는 “건물이 무너진 잔해가 전쟁 포연처럼 날렸다”면서 이날 지진 상황을 전했다. 안타키아는 이번 지진의 진원지와 인접해 가장 큰 피해를 낸 가지안테프에서 150㎞가량 떨어져 있다.

특히, 진원지 인근인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와 카라만마라슈는 시리아 국경과 인접해 있고, 수십만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메르 파루크 코스쿤 카라만마라슈 주지사는 “너무 많은 건물이 파괴돼 사망자 수를 추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피해 지역의 건물 다수가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약해져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시리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지진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구호와 긴급한 지원을 제공하고, 잔해 속에 갇힌 사람들을 찾고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부대를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군 장악 지역인 이들리브주에서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군 측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은 트위터에 부서진 잔해로 뒤덮인 거리를 보여주며 “집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공식적인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수백명이 사망했으며 많은 이가 잔해 속에 갇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강추위와 폭풍이 몰아치는 좋지 않은 기상 조건이 비참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USGS는 “이번 지진으로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USGS는 이날 보고서에서 사망자가 1000∼1만명 범위에 있을 확률이 47%이며 100∼1000명에 그칠 확률은 27%로 더 낮다고 진단했다. 심지어 1만∼10만명 범위 가능성도 20%나 있다고 예상했다.

USGS는 아울러 이번 지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10억달러(약 1조2590억원)에서 100억달러 사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액수다.

한국 관광객이나 교민 피해는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후 7시 현재 기준 접수되거나 파악된 한국인 사상자는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세계 각국은 인도주의적 지원 방침을 속속 밝히며 튀르키예·시리아 등의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진 피해와 관련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튀르키예 등에서 발생한 재난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우중·김예진·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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