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시리아에 인접한 튀르키예(터키) 동남부에서 규모 7.8 지진이 발생해 1200명 이상이 숨졌다. 지진 피해 지역엔 시리아 난민이 다수 거주 중으로 이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도 우려된다. 미 지질조사국(USGC)은 사망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 방송, <AP> 통신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각) 새벽 4시17분께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튀르키예 10개 주에서 최소 912명이 죽고 5383명 이상이 다쳤다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는 튀르키예와 인접한 시리아 북부 알레포·하마·라타키아 등에서 지진으로 최소 326명이 죽고 104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 통계엔 북서쪽 반군 통제 지역은 포함되지 않았다.
'화이트 헬멧'이라는 별칭으로 활동하는 구조단체 시리아시민방위대(SCD)는 북서부 지역에서 147명이 사망하고 34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들이 발표한 사망자 수와 정부 집계가 겹치는지는 불분명하다. 구조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규모 7.8 지진 발생 이후 규모 6.7 여진을 포함해 여진이 20회 넘게 발생하며 피해를 키웠다. 지질조사국은 이 지역 주민들이 전반적으로 "지진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의 건물에 거주한다"고 우려했다. 지질조사국은 사망자 수가 1000~10000명에 달할 가능성이 47%나 된다고 봤고 1만~10만 명에 달할 가능성도 20%로 전망했다.
가지안테프 지역은 튀르키예 국민과 더불어 튀르키예로 피신한 시리아 난민 수백만 명 중 많은 수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난민들이 또 다시 고통을 겪을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리브 등 시리아 북서쪽 반군 통제 지역의 경우 평소 바사르 알 아사드 정부군과 정부를 지지하는 러시아의 공습에 시달리며 식량과 의료 자원을 튀르키예의 지원에 의존해 왔던 터라 구조 및 복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이 지역에 420만 명 가량이 살고 있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은 내전으로 인한 국내 난민으로 많은 이들이 천막촌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SCD는 이날 성명을 내 국제사회가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긴급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시민 구조를 돕고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가 피해 지역을 폭격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오랜 내전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추가 타격을 입은 시리아 정부 장악 지역의 상황도 여유롭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시리아 국내총생산(GDP)이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절반 이하로 꺾였으며 돈에 쪼들린 아사드 정부가 부유한 기업가들에게 정부를 지원하도록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미 백악관은 성명을 내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튀르키예 정부와 협력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아나톨리아판과 아라비아판,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위치한 튀르키예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국가 중 하나지만 이번 지진은 3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1939년 북동부 규모 7.8 지진 이래 가장 큰 지진으로 보인다. 1999년엔 서부에서 규모 7.4 지진이 일어나 1만7000명 이상이 숨지기도 했다.
▲6일(현지시각)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에서 규모 7.8 강진이 발생했다. 사진은 강진으로 무너진 튀르키예 남동부 디야르바키르의 한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사람들 모습.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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