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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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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 벗은 마지막 황제… 표도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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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종합격투기(MMA) 붐을 일으킨 예밀리아넨코 표도르(47·러시아)가 마침내 글러브를 벗었다. 전성기 시절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은 위압감으로 강자를 수많은 강자를 쓰러트렸던 세계 최고 단체인 UFC 입성을 거부했고, 연패로 아쉽게 커리어를 마감했다.

표도르는 5일 미국 잉글우드 기아포럼에서 열린 미국 MMA 벨라토르290 헤비급(-120㎏) 타이틀전에서 라이언 베이더에게 1라운드 2분33초만에 TKO로 졌다. 이 경기는 표도르의 은퇴경기 겸 복수전이었지만 그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아쉽게 케이지를 떠났다. 표도르는 40승7패1무효로 커리어를 마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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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예밀리아넨코 표도르(오른쪽)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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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 파이터 이미지 굳힌 표도르

표도르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31승1패1무효를 기록하며 MMA 최강자로 군림했다. 표도르는 당시 최강자였던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47·브라질)를 두 차례나 꺾은 것은 물론 히스 해링(45)과 세미 슐트(50·네덜란드), 마크 콜먼(59·미국)을 물리치며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은 강력함을 보여줬다. 2005년에는 ‘불꽃하이킥’ 미르코 필리포비치(크로캅·49·크로아티아)와 명경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표도르가 활동하던 프라이드FC가 무너졌다. 크로캅을 비롯한 노게이라는 물론 반달레이 실바,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 퀸튼 램페이지 잭슨 등 프라이드FC 스타들이 UFC로 무대를 옮겼다. 하지만 표도르는 새로운 단체를 선택했다.

데이나 화이트(54·미국) UFC 회장도 표도르를 향해 구애했다. UFC 첫 경기부터 챔피언전을 치르게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다. 당시 UFC 헤비급 챔피언이던 랜디 커투어(60·미국) 역시 표도르와 경기를 희망했지만 그는 옥타곤에 서지 않았다.

UFC에는 없었지만 표도르는 강력했다. 어플릭션에서 표도르는 UFC 챔피언 출신인 팀 실비아(47·미국)를 1라운드 36초만에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잡아냈다. 역시 UFC 벨트를 감았던 안드레이 알롭스키(45·벨라루스)를 1라운드만에 잠재웠다.

◆커리어에 균열이 생긴 표도르

이후 표도르는 내리막기를 걷기 시작했다. 표도르는 파브리시우 베우둠(46·브라질)에게 트라이앵글 초크로 사상 첫 탭아웃 패배를 당한 게 시작이었다. 2000년 12월 코사카 츠요시(53·일본)에게 출혈로 경기가 중단 돼 패배 처리된 것을 제외하면 져 본적이 없던 표도르가 무너지면서 상품성에 금이 갔다.

이어 열린 안토니오 실바(44·브라질)와 경기에서 표도르는 파운딩 세례를 받으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한 체급 아래인 댄 핸더슨(53·미국)에게도 1라운드만에 KO로 지면서 3연패를 당하자 표도르를 향한 UFC 관심도 줄었다.

이후 표도르는 강자와 대결을 하지 못했다. 프랭크 미어(44·미국)와 퀸튼 잭슨에게 승리를 따내긴 했지만 당시 미어는 UFC에서 방출된 파이터였고 잭슨은 한 체급 아래에서 활동하던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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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가장 위대한 파이터 아니야”

MMA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표도르가 글러브를 벗으면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이터 자격에 대한 논란도 시작됐다.

표도르는 182㎝, 107㎏의 작은 체구로 헤비급 거구를 상대했다. 또 다른 선수들과 달리 상대를 도발하거나 자극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 주짓수가 대세였던 MMA에 그라운드 앤 파운드라는 흐름을 만들어냈고 금지약물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커리어 마지막이 아쉬웠다. 프라이드FC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최고 단체로 꼽히는 UFC 무대는 거부했고 이후 연패를 당했다.

프라이드FC에서 UFC로 이적했던 파이터들이 고전하면서 프라이드FC 파이터들이 고평가됐다는 말도 돌았다. 화이트 UFC 회장 역시 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막 은퇴한 표도르에 대해 나쁜 말 하고 싶지 않지만 난 단 한번도 표도르가 가장 위대한 파이터라고 생각한 적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표도르를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는 이미 두 체급 아래인 헨더슨에게도 졌던 선수”라고 말했다.

◆“표도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이터”

하지만 MMA 역사상 표도르 만큼 굵직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UFC에서만 활약하지 않았을 뿐 전성기 시절 표도르는 당대 최강이라고 불렸던 선수들을 모두 물리쳤다. 수많은 파이터 역시 표도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이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표도르 마지막 경기가 끝나자 수많은 전설이 케이지에 올라 그의 은퇴를 기념했다. 여기에는 마크 콜먼과 척 리델, 퀸튼 잭슨, 조쉬 바넷, 랜디 커투어, 마크 콜먼 등이 함께했다. 영원한 맞수 크로캅 역시 표도르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그는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은 격투기의 상징이자 역사상 최고의 파이터”라며 “표도르와 링에서 만났던 건 큰 영광이자 특권이었다”고 돌아봤다.

표도르는 은퇴 전을 앞두고 “트래시 토크나 사건·사고가 아닌 기술과 경기력으로 팬들을 만난 파이터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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