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여름 방류 일정 맞춰 배수터널·배관 등 공사 완성 단계
후쿠시마 원전 내에 설치된 오염수 탱크 |
(후쿠시마=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 태평양 섬나라들의 반대에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 설비 공사를 자국 방류 일정에 맞춰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포린프레스센터(FPCJ) 주관으로 지난 2일 진행된 외국 언론 시찰 프로그램에 연합뉴스도 참여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설비 공사 현장을 둘러봤다.
2011년 3월 11일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12년이 되는 올해 봄이나 여름께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는 일본 정부 계획에 맞춰 현장에서는 해저 배수터널 등 해양 방류를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수소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250㎞ 떨어진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원통형의 저장탱크들이 즐비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정부가 '처리수'라고 부르는 오염수를 보관하는 탱크들이다. 용량이 작은 것은 1천t에서 가장 큰 것은 3천t짜리도 있다고 했다.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137, 스트론튬을 포함한 방사성물질이 60종 넘게 포함돼 있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다핵종(多核種)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후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ALPS로 정화 처리하면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할 수 있으나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지지 않는다. 미량이기는 하지만 탄소14 등의 핵종도 ALPS로 처리한 물에 남는다.
후쿠시마 원전 방파제 앞 테트라포드에서 1㎞ 떨어진 오염수 방류구 |
사고가 일어난 지 12년이 지났지만, 구부러진 철근 등 당시 흔적이 그대로인 1호기 원자로에서 200∼300m 떨어진 5호기와 6호기 앞에서는 오염수 방류를 위한 여러 설비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시찰 버스에서 내리자 도쿄전력 관계자들은 원전에서 1㎞ 떨어진 바다 위에 솟아 있는 4개의 기둥을 가리켰다.
오염수가 방류될 입구 주변에 설치돼 방류 위치를 알려주는 기둥이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1㎞ 터널 구간 중 현재 850m가량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터널 공사와 함께 오염수 방류구 주변을 콘크리트로 메우는 공사도 진행 중이다.
오염수를 터널로 내보내는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상·하류 수조는 콘크리트 틀까지 이미 완성돼 있었다. 수조는 가로 7m, 세로 12m, 깊이 18m 정도 크기로 방류 직전 바닷물로 희석된 오염수를 한 번 더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염수를 바다로 보내기 위한 펌프실과 오염수 농도 측정 시설 등은 이미 완성 단계였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올해 봄 또는 여름에 방류한다는 정부 계획에 따라 오염수를 바닷물과 섞기 위한 희석설비 등 전체 시설을 올해 봄까지는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땅을 오염시키지 않고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배출하는 시설의 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지만, 해양 오염을 우려하는 측과의 소통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염수 터널로 내보내는 마지막 단계인 상류 수조 |
일본 정부가 이르면 올해 봄에 방류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하자, 주변국은 물론 일본 어민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당시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양자적으로 일본과 긴밀히 소통 협의를 지속하며 우리측 우려를 전달하고 일본이 우리의 안전성 검토를 위한 정보를 적기에 투명하게 제공하는 가운데 책임 있는 대응을 할 것을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오염수의 해양 배출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무책임한 행위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등 일본 어민 단체는 방류로 인한 이미지 악화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120회의 브리핑을 하는 등 ALPS 처리수 정보를 투명하게 알려왔다"고 주장했지만, 외국 언론들의 신뢰를 얻기에도 부족했다.
이번 시찰에 참여한 영미권 언론사 특파원들은 도쿄전력 관계자 등에게 "일본 정부는 안전하다는데 왜 일본 어민들이 방류를 반대하는지 설명해달라"며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안전성 주장에 의문을 표시했다.
오랜 논란 끝에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더라도 사고 수습의 핵심인 1원전 폐로 작업은 갈 길이 아주 멀다.
1호기에서는 붕괴한 콘크리트 지붕으로 방사성 물질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덮는 돔 제작 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1∼2호기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내 처리해야 하는 작업은 고농도 방사능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워 제대로 시작도 못 하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 |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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