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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청룡 나는 백호… 아이들과 함께 하늘 올라요”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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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청룡 나는 백호… 아이들과 함께 하늘 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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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배삼식,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 펴내
극작가 배삼식이 자신의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에서 뒷산이 돼 잠들어 있던 전설 속 동물들이 깨어나 하늘로 돌아가려 하는 장면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 읽으며 함께 즐겁게 놀기를 바라면서 쓴 이야기”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극작가 배삼식이 자신의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에서 뒷산이 돼 잠들어 있던 전설 속 동물들이 깨어나 하늘로 돌아가려 하는 장면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 읽으며 함께 즐겁게 놀기를 바라면서 쓴 이야기”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우리 아이들이 외롭지 않게, 소리 내 읽으며 함께 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비룡소)를 펴낸 까닭을 묻자, 극작가 배삼식(53)은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선한 눈매, 진심을 꾹꾹 눌러 담는 듯 느릿한 말투. ‘벽 속의 요정’ ‘열하일기만보’ ‘피맛골 연가’ ‘3월의 눈’ ‘1945′ ‘화전가’ 등을 썼고, 차범석희곡상, 김상열연극상, 대산문학상, 동아연극상 등을 받았다. 우리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평생 희곡을 써왔지만 어린이를 위한 책은 처음이다.

배삼식은 “원래 희곡은 놀이(play). 아이들에게 연극적 상상력과 역할 놀이에 대한 욕구는 본능적이고 자연스럽다”고 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혼자서 구성되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일 텐데, 우리 아이들은 갈수록 외로워지지 않나 생각됩니다. 관계 맺는 것을 힘들어하고 자기 안에 고립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지니 불안함을 겪는 게 아닐까요.”

이 책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관계 맺기’보다 ‘마스크 쓰고 거리 두기’를 먼저 배워야 했던 우리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마음이 녹아 있는 셈이다. 그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 관계 속에서 자기를 재발견하고 자아를 확장시켜 나가는 경험은 희곡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고,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극작가 배삼식의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 뒷산이 돼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 하늘로 돌아가려 하는 전설 속 동물들을 어여쁜 오누이와 산 속 뭇 생명들이 힘을 모아 다시 땅에 주저 앉힌다. 배삼식은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 읽으며 함께 즐겁게 놀기를 바라면서 쓴 이야기”라고 했다. /비룡소

극작가 배삼식의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 뒷산이 돼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 하늘로 돌아가려 하는 전설 속 동물들을 어여쁜 오누이와 산 속 뭇 생명들이 힘을 모아 다시 땅에 주저 앉힌다. 배삼식은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 읽으며 함께 즐겁게 놀기를 바라면서 쓴 이야기”라고 했다. /비룡소


‘훨훨 올라간다’는 진안 마이산 설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쓴 이야기. 뒷산이 되어 잠들어 있던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어느 밤 눈을 떠 하늘로 돌아가려 한다. 이 모습을 우연히 본 어여쁜 오누이가 앞장서고 새와 동물, 나무들이 함께 나서서 이들이 하늘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산으로 남아 있도록 붙잡는다. “따지자면 우리 몸도 산속 바위나 흙과 같은 원소로 이뤄져 있죠. 신기하게도 의식과 마음이라는 게 생겨서 우리가 살아 있다고 느끼듯, 크게 보면 산도 죽은 존재가 아닐 거예요. 그 속엔 나무도 자라고 짐승과 새도 살고, 계절 따라 기지개 켜며 피어났다가 잔잔하게 가라앉기도 하죠. 산에도 생명이 있다고 여긴다면, 아이들이 자라서도 자연을 업신여기지 않을 거예요.”

배삼식은 “희곡을 읽어서 좋은 점은 함께 놀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 속에는 주인공인 얼굴 하얀 누나 ‘백단이’와 눈썹 푸른 동생 ‘송동이’를 포함해 모든 캐릭터의 배역 푯말이 들어 있다. 오려내서 하나씩 들면 바로 역할극이 된다. “아이들이 실제로 역할을 나눠 맡고 낭독하며 즐기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반영된 장치다.


극작가 배삼식의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 뒷산이 돼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 하늘로 돌아가려 하는 전설 속 동물들을 어여쁜 오누이와 산 속 뭇 생명들이 힘을 모아 다시 땅에 주저 앉힌다. 배삼식은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 읽으며 함께 즐겁게 놀기를 바라면서 쓴 이야기”라고 했다. /비룡소

극작가 배삼식의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 뒷산이 돼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 하늘로 돌아가려 하는 전설 속 동물들을 어여쁜 오누이와 산 속 뭇 생명들이 힘을 모아 다시 땅에 주저 앉힌다. 배삼식은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 읽으며 함께 즐겁게 놀기를 바라면서 쓴 이야기”라고 했다. /비룡소




운율이 있는 시처럼 읽히는 배삼식 특유의 글맛은 어린이책의 짧은 문장에서도 여전하다. “실은 일종의 노래극을 생각하며 썼어요. 작곡이 이뤄져 가락이 붙으면 작은 뮤지컬이나 오페라처럼 아이들이 노래로 부르면서 즐길 수도 있겠다 싶었죠. 독창과 이중창, 중창과 합창을 오가는 음악적인 흐름도 생각했습니다.”

본문 속 글자 크기가 대사의 강약을 나타내듯 변화를 줘 깔끔하게 편집된 것도 눈에 띈다. QR코드를 찍으면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어린이극 전문가들이 직접 녹음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꿈뜰꿈틀 그르렁그르렁, 절레절레, 꿍얼꿍얼...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가 등장해 읽다 보면 저절로 몸 여기저기가 들썩인다. 그는 “우리 말의 풍성한 형용사, 부사, 의성어, 의태어를 최대한 살려서 먼 옛적 이야기지만 구체적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려고 했다”고도 했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과 인터넷 동영상이 익숙한 아이들에겐 조금 낯선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낯설고 먼 시공간에 대한 경험을 통해 나를 둘러싼 세계와 나의 연관성, 자신도 그 큰 흐름의 한 부분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잊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아이들이 잠시 잠깐 먼 시간과 공간 속으로 산보,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극작가 배삼식이 자신의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에서 뒷산이 돼 잠들어 있던 전설 속 동물들이 깨어나 하늘로 돌아가려 하는 장면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 읽으며 함께 즐겁게 놀기를 바라면서 쓴 이야기”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극작가 배삼식이 자신의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에서 뒷산이 돼 잠들어 있던 전설 속 동물들이 깨어나 하늘로 돌아가려 하는 장면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 읽으며 함께 즐겁게 놀기를 바라면서 쓴 이야기”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극작가 배삼식의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 뒷산이 돼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 하늘로 돌아가려 하는 전설 속 동물들을 어여쁜 오누이와 산 속 뭇 생명들이 힘을 모아 다시 땅에 주저 앉힌다. 배삼식은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 읽으며 함께 즐겁게 놀기를 바라면서 쓴 이야기”라고 했다. /비룡소

극작가 배삼식의 첫 희곡 그림책 ‘훨훨 올라간다’. 뒷산이 돼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 하늘로 돌아가려 하는 전설 속 동물들을 어여쁜 오누이와 산 속 뭇 생명들이 힘을 모아 다시 땅에 주저 앉힌다. 배삼식은 “아이들이 역할을 나눠 읽으며 함께 즐겁게 놀기를 바라면서 쓴 이야기”라고 했다. /비룡소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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