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 ‘전랑(戰狼)’ 포스터. 국수주의적으로 직설적이고 거친 말을 쏟아내는 중국 외교관을 ‘전랑(늑대 전사)’이라고 부른다. 바이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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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면서 미국 대중(對中) 정책은 크게 변화했다. 이는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오늘날 국제 권력 구조에서 유일한 패권국가 미국의 대중 정책 변화 여파는 단지 미중 관계 변화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한국은 중국의 이웃 나라지만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이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분리되기를 원치 않으면서도 외교와 안보 측면에서는 확연하게 미국으로 기울어져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은 과거 70년간 한반도와 주변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이었다”면서 “자유 민주 인권 등의 가치 공유를 기본으로 안보 영역뿐 아니라 경제, 첨단 기술, 인터넷, 공급망 같은 영역에서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한국은 한미 양자뿐만 아니라 한미일 또는 한·미·유럽 삼각관계를 통해 지역과 세계 문제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협력 체제를 따르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중 간 ‘미묘한 균형’이라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정치 외교 안보 및 첨단 기술 전선에서 한국 정부는 이미 ‘미국 따라가기’를 결심한 듯하다. 이는 중국에 심각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은 미국 편에 서 있다. 미일은 지역 안보에서 깊이 협력하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공동 움직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일본은 미중 전략 게임에서 완전히 미국을 선택했고 미국 대중 전략을 지속적으로 따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전략무기를 대량 구매해 배치하기로 했고, 5년 내 실질 군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2%까지 올리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일본 전수(專守) 방위 전략이 이미 붕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일 관계는 안타깝게도 피할 수 없는 인접 대국 간 지정학적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일본은 미국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영토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데 동의하게 될 것이다. 또 미국이 남태평양을 전담하는 제1함대를 재건하면 그 정박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미중 경쟁이 촉발한 지역 형세와 안보 전략 재편은 어느 한편에 서고 싶어 하지 않는 많은 국가에 한쪽에 서야만 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나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평가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실용적이면서 건설적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국제사회와 더불어 인류 문명 공동체를 추진하고자 하는 중국 목소리를 다른 나라들에 잘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은 현재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기울어지는 현상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가 친미라고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
국제화, 정보화 시대에 각국 국민은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대방의 사상이나 문화, 생활방식에 대한 이해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많은 나라 국민이 안정적이고 통제 가능한 미중 관계를 바란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방면에서 확인됐다. 또 더 많은 사람이 중국의 발전과 부상을 원하고 있고, 중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세계에 변화를 가져오길 바라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로부터 존중과 친근감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중국 앞에 놓인 진짜 도전이다. 이를 위해 중국 외교의 대명사처럼 인식돼 온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포기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주변국의 불안과 의심을 이해하고 대응하면서 효과적인 외교 혁신을 통해 믿음과 감정의 교감을 강화해야 한다. 이웃 나라들이 부상하는 중국에 대해 진심으로 존중하고 협력한다면, 중국은 적시에 효과적으로 세계에 공공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위상과 역할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중국을 억누르려는 미국 전략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중국은 심각하고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계속 확산하는 중국 내 포퓰리즘 정서를 경계해야 한다. 미중 대결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전례 없는 전략적 지혜, 전략적 통제력 및 전략적 안목이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국 외교가 새로운 분위기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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