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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군정, 민주세력 총선 출마 차단...장기집권 구축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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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2주년

조선일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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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다음 달 1일로 2년이 되는 가운데, 반대 세력의 선거 출마를 사실상 차단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오는 8월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장기 집권 체제 구축에 나섰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미얀마 군부는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두자, 이를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나우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은 지난 27일 “새 선거법을 제정한다”며 군정이 ‘테러리스트’라고 선언한 정당과 후보가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선거법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모든 정당은 2개월 내에 사실상 당을 새로 만들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선관위에 등록하려는 정당은 3개월 이내에 당원 10만명을 모아야 하는데, 창당에 필요한 최소 당원 수는 지난 총선 때보다 100배 늘어났다.

AP통신은 “미얀마 90여 정당 중 이 조건을 갖출 수 있는 곳은 군부를 돕는 통합단결발전당(USDP)뿐”이라고 전했다. 앞서 군정은 지난해 초 ‘소수민족 보호’를 명분으로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는데, 이 조치도 민주 진영 정당을 무력화하려는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NLD 는 이번 총선을 “가짜 선거, 부정선거”라고 규탄하며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1년 결성된 민주 진영의 임시정부 시민방위군과 군부 간 유혈 충돌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북서부 사가잉 등 일부 지역에선 임시정부 세력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정은 반군부 세력을 체포해 처형하는 등 잔혹한 공포 정치로 이에 맞서고 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지난 27일까지 반군부 인사 1만7000여 명이 체포됐고, 100여 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 군부의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민간인을 포함, 최소 2894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 최빈국이던 미얀마의 경제 상황은 해외 투자 철회와 서방 제재가 이어지며 악화 일로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미얀마 인구 40%인 2200만명이 빈곤층”이라고 밝혔다. 군부와 임시정부 간 전투를 피해 고향을 떠난 주민은 200만명에 달한다. 주미얀마 한국 대사관은 최근 현지 교민을 상대로 “집회, 시위 등 인파가 몰리는 장소 방문이나 불필요한 야간 통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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