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적용 사고 299건 中 불과 11건 기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법이 적용된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건설 현장의 모습. / 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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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시행 1년차를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사례가 나오지 않아 경영계와 노동계가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 개선을 거쳐야 한다는 경영계의 요구와 함께 신속한 법 적용을 촉구하는 노동계의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경과하는 동안 판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28일 노동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법 적용 대상 사고는 299건이다. 이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전체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34건에 불과하다. 검찰은 송치사건 가운데 11건을 기소했다.
이들 사건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판결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재판 진행 상황이 가장 빠른 한국제강 노동자 1명의 깔림 사고 사건은 다음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어 두성산업 화학물질 중독 사건도 증인신문을 거치고 있다. 나머지 9건의 사건은 첫 기일조차 열리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중대재해법이 첫 시행을 맞은 만큼 법 적용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검찰 지휘 하에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종결된 판례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법 시행이 처음인 데다 사업주의 형사처벌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되다 보니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사건보다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법 적용이 늦어지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둔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민주노총·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는 전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신속한 집행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1년이 경과했지만 법 집행은 커녕 노골적인 무력화 공세에 중대재해 감소는 주춤하고, 50인 이상 기업 사고사망은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통한 예방강화가 현장에 안착되고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던 노동부도 입장을 바꿨다"며 "노동자 죽음에 반성은커녕 법의 개악만 주장하는 경영계, 노골적인 친기업 정책을 펴는 윤석열 정부에 비통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경영계는 법의 보완과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관리의무', '재해' 등의 모호한 표현으로 기업의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 처벌 수준도 너무 과도해 현실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우선 적용 후 사고 다발 업체에 대해서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방안 등에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국내 5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응능력이 '충분하다'는 답변은 13.6%에 불과했다. '부족하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은 86.4%로 나타났다.
정부도 업계의 법 개선 요구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노동부는 지난 11일 8명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추진현황과 한계를 진단하고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 전반의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은 실정"이라며 "입법 취지와 달리 집행과정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 취지가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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