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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마켓인]보험사 매물, 왜 쌓이기만 하고 안 팔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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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보험, ABL생명 매각 위해 원매자 접촉 중

보험사 매물 다수…매각 성사 가능성은 의문

성숙기 접어든 국내 보험시장서 외국계 철수

IFRS17·K-ICS 등 새 제도 적응 시간도 필요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국내 철수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시장에 나온 다수의 보험사 매물이 상당 기간 소화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성숙기에 접어든 보험업의 낮은 성장성과 함께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과도기 문제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ABL생보 매각 타진…보험사 매물 많아 결과 지켜봐야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최근 국내 생명보험사 ABL생명보험 지분 100% 매각을 위해 주요 금융지주와 사모펀드 등 주요 원매자와 접촉하며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다자보험은 지난해 말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를 선정하고 ABL생명보험 매각을 추진해왔다. 매각가격으로는 4000억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고, 이르면 3월쯤 인수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다만 향후 순탄한 매각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미 ABL생명보험 외에도 KDB생명, MG손해보험, 동양생명, 롯데손보, 악사손보 등 다수의 중소형 보험사들이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되지만 이미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됐거나 뚜렷한 인수 의지를 보이는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험사 매물이 다수 시장에 나온 배경에는 수년 전부터 이어진 외국계 생보사들의 국내 철수 움직임이 한몫하고 있다. 이미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에 인수되며 국내에서 철수했고, 라이나생명 모회사 시그나그룹 역시 한국 라이나생명을 처브그룹에 팔고 한국시장에서 발을 뺐다.

특히 외국계 생보사들의 철수는 국내 시장에서 보험업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든 사실과 관련이 있다. 보험업계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가 일정 규모로 성숙한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신흥시장에 들어가 일정 규모로 성장한 뒤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했을 때 생명보험 시장이 꺾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진단했다.

이데일리

(자료=나이스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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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IFRS17·K-ICS 도입…밸류에이션도 변동

바뀌는 회계기준의 정착에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근거한 건전성 지표인 신 지급여력제도(킥스·K-ICS)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에 보험사의 재무 건정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됐던 미국식 지급여력(RBC) 비율이 2011년 도입 이후 12년 만에 바뀌는 만큼 기업별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제도 변화는 매각 측이나 인수 측 모두 거래를 망설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게 돼 대부분의 보험사 순자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매각 측에서는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더 좋아질 것을 고려해 가격을 높게 부르고 싶지만, 인수 측은 회계 방식의 변화만을 이유로 본질이 같은 회사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한 분기 또는 반기 실적이 나와봐야 바뀐 기준이 시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대략 예측이 될 것”이라며 “객관적인 밸류에이션이 제시되기 전까지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들은 당분간 소강 상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대체로 금융지주사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보험·카드·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인수·합병)를 비롯한 비금융 부문과의 적극적 제휴 및 투자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아직 크다고 보기 어려운 하나생명·하나손보 외에 새 보험사를 편입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꾀할 수 있다.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역시 ‘1순위’ 인수 대상인 증권사 외에 보험사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3년 만에 ‘완전민영화’로 자유의 몸이 된 우리금융지주는 아직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 않다. 이밖에 신한금융과 KB금융 역시 각각 손보사와 생보사 추가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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