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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나사는 왜 '여성'마네킹을 달에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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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미 항공우주국(NASA)은 왜 하필 '여성' 마네킹을 달나라에 보냈을까?"

18일(현지시간) NASA는 지난해 11월 아르테미스 1호에 실려 25일간의 달 궤도 여행을 한 마네킹들을 공개했다. 이 마네킹들은 아르테미스 1호에 탑재된 유인용 우주선 오리온(Orion)의 조종석을 차지했었다. 지난달 11일 오리온 우주선이 귀환한 후 회수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1차 검사를 받았다. 이후 독일우주청(GSA)로 옮겨져 추가 분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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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우주청(GSA)이 개발한 우주방사선 측정용 마네킹. 사진출처=유럽우주청(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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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네킹들의 핵심 목적은 우주 방사선 피폭량 측정과 우주복의 방사능 방호력 테스트다. 두 마네킹에는 방사선 측정 장치가 촘촘히 설치됐고 하나에는 방사선 방호 조끼도 입혀졌다. 2025년 이후 진행될 실제 달 유인 탐사에 참여한 우주인들이 얼마나 우주방사선에 노출될지 측정한다. 방사선 방호 조끼는 그들이 입고 갈 우주복이 이를 얼마나 막아 줄 수 있을지 시험하기 위해서다.

우주 방사선은 인류의 심우주 탐사에 가장 큰 적으로 꼽힌다. 화성만 하더라도 현재 기술로는 7개월 이상 걸려 왕복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우주에 체류해야 한다.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스타십이 완성 돼도 편도로 최소 80일에서 최대 150일가량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의 방사선 노출은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만약 태양 폭풍이라도 일어나면 우주에서 약 40렘(rem)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전신 CT 촬영을 40회 했을 때와 동일하다. 치사량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노출될 시 암을 유발한다. 그나마 태양 폭발은 1~2일 전에 예보가 가능하다. 우주인들은 예보 발령시 방사선을 잘 흡수하는 두꺼운 금속 벽이나 물, 콘크리트 등으로 된 차폐벽을 만들고 임시대피소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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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가 최근 공개한 오리온 우주선 회수 마네킹의 모습. 사진출처=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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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더라도 약 5렘의 방사선 노출은 피할 수 없다. 이 양은 미국의 산업 현장 노동자들의 방사선 노출 제한 수치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방사선 5~10렘(remㆍ1렘은 1만 마이크로-시버트)에 노출될 경우 혈액의 화학적 분석이 바뀌고, 55렘 이상은 메스꺼움과 피로를, 70렘 이상은 구토, 75렘 이상은 어지러움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400렘엔 노출되면 2달 안에 죽을 수 있으며 수치가 높을수록 더 빨리 죽는다. 현재 약 고도 410km에 위치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하는 우주인들의 경우 지구 표면보다 약 250배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며, 우주 공간에서는 최대 700배로 대폭 늘어난다.

특이한 것은 두 마네킹이 모두 성인 여성 신체 형태로 제작됐다는 것이다. 이름도 각각 헬가, 조하르 등 여성들의 것이다. 2025년 실시될 달 유인 착륙에 여성이 참여하는 등 우주 탐사의 변화를 반영하는 사전 연구 차원이다. NASA는 현재 훈련 중인 10여명의 우주인 후보 중 유색인종ㆍ여성을 착륙선에 태워 내려보낼 계획이다. 1970년대 실시된 아폴로 프로젝트에선 모두 백인ㆍ남성만 달에 착륙했던 것을 반성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두 여성형 마네킹은 의료기관에서 암 치료를 위해 적합한 방사선량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인체를 모사한 38개 조직을 결합해 만들어졌다. 5600개가 넘는 센서를 폐ㆍ위ㆍ자궁ㆍ골수 등 주요 장기와 신체 조직에 장착해 방사선량을 측정한다. 또 16개의 능동형 검출기가 비행 중 마네킹의 피부 및 내부 장기에 조사된 방사선량을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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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우주선 내부 사진. 사진출처=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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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르가 입은 방사선 방호용 조끼 '아스트로라드(AstroRad)의 성능이 어느 정도 발휘됐냐도 주목된다. 이스라엘 우주청(ISA)의 후원으로 스템라드(StemRad)사가 제작한 이 조끼는 유해 방사선을 더 잘 차단할 수 있는 폴레에틸렌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조하르의 상체와 자궁에 씌어졌다.

유럽우주청(ESA)은 개발 당시인 2019년 "점점 더 여성 우주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여성형 마네킹을 선택한 것"이라며 "여성의 신체가 일반적으로 방사선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밝혔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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